[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명작은 왜 명작인가? 명작이 명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리 재탄생을 반복해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명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명작이 재 탄생하면 늘 원작을 그리워하는 이가 생겨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게 이치다.
42개국 1억 5천만 명의 관객을 매료시켰던 작품으로, 늘 다시 태어나도 큰 감동을 주는 명작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바로 그런 분류에 속하는 명작이다. 1969년 21살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25살의 팀 라이스가 유다의 시선에서 지저스를 바라보는 파격적인 재해석은 전세계를 발칵 뒤집는 결과를 줬고, 뮤지컬 사상 최고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40년 간을 사랑 받은 대표적인 뮤지컬.
매번 해석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한국에 6년 만인 4월 26일 개막을 해 관객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지저스가 죽기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락 뮤지컬의 시초 <수퍼스타>는 뮤지컬 팬이라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6년 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 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초연 당시와 가장 유사한 성격으로 관객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공연은 현대적인 해석 대신 초연의 매력에 가장 완벽하게 다가 서려는 움직임으로 기획된 공연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웨버의 작품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과 초연 무대의 매력인 락 뮤지컬로써의 매력은 관객이 가장 기다려 온 기대 점이다. 초연 당시 락 뮤지컬의 파워 넘치는 음악과 창법의 끝없는 힘을 느낀 관객들은 그 매력을 절대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많은 해석의 무대가 있었지만 대부분 힘있는 창법으로 오랜 공연을 하지 못했기에 바뀌어 버리는 무대는 아무래도 작품의 매력을 다 보여주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락 창법을 하기 어려우니 자연스레 바뀐 창법은 성악 창법이 되어 배우는 힘이 덜 들게 되었지만, 그 작품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싶은 관객은 감동의 크기가 줄어들기 마련이어서 아쉬울 수밖에!
하지만 이번 한국에서 하는 6주간의 공연은 그런 염려가 없다. 초연 무대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오디션도 그에 맞는 배우들로 캐스팅 했으니 믿고 봐도 될 듯하다. 실제 미디어콜로 본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는 무한 신뢰를 해도 될 법했다.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 된 배우에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지저스 역에 마이클리와 박은태, 스승을 사랑하는 동시에 배신하는 유다 역에 윤도현과 김신의. 그리고 한지상이 캐스팅 됐다. 또한 천한 여자로 지저스를 존경과 사랑을 동시에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막달라 마리아 역에는 정선아와 장은아가 캐스팅 됐으며, 양심과 군중 사이에서 갈등하는 빌라도 역에는 지현준과 김태한이! 그리고 환락을 즐기며 지저스를 비웃는 왕 헤롯에는 조권과 김동현이 캐스팅 됐다.
지저스 역 마이클리는 2000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을 포함해 <수퍼스타>의 무대에 400여 회 출연한 최강 실력자라 할 만한 뮤지컬 배우다.
또한, 유다 역의 한지상은 오디션에서 아무나 부를 수 없다는 고난이도의 넘버 ‘Heaven on Their Minds’를 원곡보다 두 키 높은 버전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경악스러움을 안겼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실제 엄청난 가창력과 연기를 보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저스의 인간적 고뇌를 담은 불후의 명곡인 ‘겟세마네(Gethsemane)’를 비롯해 유다와 코러스가 부른 대표곡 ‘수퍼스타(Superstar)’와 ‘I don’t know how to love him(어떻게 사랑하나)’ 등 주옥 같은 명곡으로 채워진 <수퍼스타>를 원곡의 힘을 살리면서 세련됨을 더할 수 있는 편곡을 위해 정재일이 음악 수퍼바이저로 나서 든든함을 준다. 정재일 음악 감독의 곡 해석 능력은 든든한 신뢰를 준다.
연출 이지나의 지휘력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지나 감독은 ‘고통을 노래 한 곡으로 표현하는 것이 뮤지컬 장르의 존재가치’라고 했다. 그녀의 말대로 작품 곳곳마다 그런 숨결이 느껴졌다. 이지나 감독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미안함을 전한다는 말을 한 것은 록창법으로 6주간의 공연을 해야만 하는 배우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온몸을 사를 정도로 퍼져 나가는 3옥타브 G의 록 창법으로 노래를 하는 마이클리의 ‘겟세마네’는 소름 돋을 정도의 감동을 줘 그 미안함이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무대와 힘 있는 음악이 있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예수가 순교자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감지한 유다가 왜 당신이 죽음을 선택하느냐, 당신의 죽음이 어떻게 메시아가 될 수 있는지를 보장할 수 있느냐, 헛된 죽음이면 어떡하냐의 끝없는 질문과 간청을 드리는 장면들은 애타는 장면이 된다.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하며, 그런 결정을 해야만 하는 고뇌와 외로움. 그 옆을 지켜주고 이해해 주는 막달라 마리아. 예수를 죽일 수 없는 이들의 고민들은 뮤지컬을 보며 빠져들 수밖에 없게 한다.
지난 4월 26일부터 시작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6월 9일까지 6주간 무대에 오른다. 초연에 가장 접근한 무대가 될 이번 무대는 충분히 빠져들만한 무대이며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