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수목드라마 <천명>은 회가 반복될수록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작부터 꾸준히 그 몰입도를 높여주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카메라가 닿는 시작점부터 뭔가 몰입도를 방해하는 인물이 있으니 그 차이는 크다.
그렇다고 그 아쉬움 때문에 이 드라마를 폄훼할 수 없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재미를 유지하는 요소가 있기에 약간의 아쉬움만 표현할 뿐이다.
이 드라마 <천명>에서 몰입도 최강으로 이끄는 인물이라면 단연 최랑 역으로 출연하는 아역 김유빈 양과 그의 아버지인 최원 역의 이동욱이 선봉에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 애끓는 딸을 향한 아비의 정과 아비를 향한 딸의 사랑은 보는 이가 눈물이 날 정도로 끈끈하다.
현대의 병명으로 따진다면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려보겠다고 애쓰는 아비 최원 역 이동욱과 김유빈은 시청자가 마치 그 시대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완벽하게 드라마 속으로 이끈다.
단순히 아이를 살려보겠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아비가 자칫 이해가 안 갈 시청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드라마를 본다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정도로 이 부녀의 모습은 진정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띠고 있다. 만약 저런 아이가 내 딸이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달릴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한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김유빈 양의 연기력은 일품. 돌아가신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데려가셨다면서 살아계실 적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 이내 하늘을 보며 목놓아 우는 김유빈 양의 연기력. 아버지를 찾아 면회하고 떨어지기 싫다고 옥의 기둥을 잡고 늘어지며 슬피 우는 유빈 양의 연기력에 시청자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평화로운 부녀의 관계와 가정을 송두리째 짓밟는 전국환, 이희도, 조달환, 김윤성은 악역으로서 시청자를 분노케 하는 캐릭터로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악녀의 모습을 보이는 문정왕후 역 박지영 또한 시청자의 치를 떨게 하는 인물로 몰입도 최강으로 몰아넣는다.
악역 무리가 있다면 그와 반대의 인물들이 위안을 주며 몰입하게 하기도 한다. 송종호는 현재 이동욱을 가장 혹독하게 시련을 주는 악역 무리들 앞에 서 있지만, 오해를 접고 진실을 알면서 돌아설 때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고 그 믿음은 위안거리이며 몰입도 최강의 인물로 손색이 없다.
이동욱과 김유빈 양에게 힘을 주는 인물에는 송종호를 비롯해 나이 든 장금 김미경과 이원종, 윤진이, 김형범, 최필립이 있어 든든하다. 거기에 숨어 있던 진주 강별은 최원 역의 이동욱 동생 최우영 역으로 놀라울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인물로 급부각됐다.
하지만 몰입도를 방해하는 인물도 있기 마련이라고 <천명>에서 몰입도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인물에는 임슬옹과 유채영, 송지효가 있다. 송지효는 여장부 같은 스타일에서 나오는 걸쭉한 목소리와 또박또박 말하려는 버릇에서 나오는 어색함이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임슬옹은 한결같이 낮게 까는 목소리로 세자의 기품을 보이려 하지만, 너무도 똑같은 패턴의 호흡은 답답함을 주는 요소다. 연기의 높낮이가 없다는 것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유채영도 몰입도를 방해하는 인물. 유채영이 연기한 부분은 ‘아이고~’하며 바닥에 주저앉는 두 번의 씬과 집안이 풍비박산 났음에도 한탄을 하기보다 바가지를 긁는 듯한 모습은 무척이나 아쉬운 장면으로 남는다. 또 하나, 조연이 보인 연기에 아쉬움을 느낀 장면은 비밀 서찰을 품에서 꺼내 독백을 하는 장면은 발설정에 어색한 연기라 할 만했다.
현대극에서 인기를 끈 윤진이가 사극을 제대로 할까? 라는 걱정을 한 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선머슴 같은 이미지의 소백 역을 소화해 내는 윤진이는 사내의 그것 두 쪽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장면에서 큰 웃음을 줬으며, 꽤 배역과 잘 맞아떨어지는 연기력을 보였기에 앞으로가 기대된다.
<천명>에서 의외성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는 강별의 발견. 염려를 믿음으로 갚은 윤진이는 보배가 됐다.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의 재미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2%의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하며 봐 줄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