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박시후 사건이 표면적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연예인 지망생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박시후를 고소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거대하다면 무척 거대한 싸움이었다. 단순히 A씨와 일대일의 사건이 아닌 주변이 더 시끄러운 이 사건은 한편으로 연예인에게는 회의감이 들만 한 사건이다.
성폭행혐의로 고소된 박시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데에는 주변에서 판을 키운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배 B양이 개입되고, 전 소속사가 개입돼 있다는 말도 나왔으며, 박시후 후배에 서부경찰서까지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이 사건은 단순한 것이 아님을 한눈에 지레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거대하다고 한 것은 박시후가 한 명과 싸우는 일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피해자라고 외치는 이와의 공방전도 신경 쓰일 일인데, 거기에 더해 마치 경찰에 언론사 첩자라도 있는 듯 실시간으로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깨끗하지 못한 모양새를 짐작하게 했다.
박시후가 처음 서부경찰서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다. 어떤 이유에서도 법은 만인에 공평해야 한다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지켜져야 할 사건이 수사일지 보고되듯 언론에 브리핑되는 것은 과연 수사기관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게 했다. 이 상황에 과연 어떤 이가 공정한 경찰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 상황에 박시후가 수사기관을 바꿔 달라는 요구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요구였다.
모든 것이 알려지는 상황에 박시후는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억울하다고 무엇하나 잘못 흘렸다가는 증거인멸 될 수도 있는 상황에 그가 아무 말 없이 초반 수사에 불응하며 시간을 끈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움직였기에 결정적인 단서들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냉정한 대응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도 결정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있던 박시후의 말은 단 하나도 유리한 것이 없는 것처럼 펼쳐졌다. 적어도 수사기관이 박시후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더욱이 말이다. 심지어 처음 사건을 크게 만들었던 선배 B양이 의도성에서 건전치 못한 접근이 있었다는 말을 했음에도 박시후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듯했다. 다만 그 과정을 거치며 대중은 박시후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 박시후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자신을 보호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은,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절망감으로 받아들여질 만했다. 그래서 당시 대중의 반응은 ‘나 같은 사람은 힘 한 번 못 쓰고 당했을 것이다’란 자조적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가장 큰 매듭이 지어진 것은 일방적 고소취하의 모습이다. A양의 취하가 있고, 한 시간 후에 박시후 측의 고소가 취하됐다. 그래서 이를 보는 이들 중에는 합의가 있었으니 이 결과가 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시후 측은 합의가 없었으며, 이후 노코멘트하겠다는 반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건을 보자면 어쩌면 당연히 박시후 측의 반응은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너무도 거대한 벽에 벽치기를 해도 되지 않는 것이 일단락될 수 있는 것은 일단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영리한 것이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는 뒷맛은 무척이나 씁쓸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 굴복한 모습같으니 말이다.
이로써 박시후는 서부경찰서와의 인연은 양측 모두 취하를 했기에 일단락됐다. 그렇다면 다음 과정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될까? 영리하다면 그 뒤는 수사기관을 바꾸는 선택일 것이다. 다시 고소전을 펼치더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법의 저울이 균형적인 곳으로 말이다.
박시후 사건의 진행 과정은 고등기관에서 엄히 다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조를 한 모습들은 법이 그리 공평치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도 했다.
이 첫 매듭이 지어지기 전 일어난 일은 더욱 우습다. 당사자와 관계도 없는 곳에서 박시후가 피해 여성의 신분을 밝혔다고 고소한 것은 우습기 그지없는 일이기도 했다. 박시후가 밝힌 과정을 본다면 그런 고소는 없을 것이다. 왜 밝혀야 했는지를 말이다. 비밀수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 실시간으로 언론에 타고 나오는 불쾌하고 불리한 기사는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그녀 한 명에게 몰두해 수사하는 모습은 공정치 못한 모습이었다. 박시후는 처음부터 너무 까발려져 이미지 손상이 심각했으나, 피해 여성이라 주장하는 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건 수사기관이 흘린 것이 아닌 누리꾼수사대가 밝혀낸 내용이다.
이번 사건은 연예인이기에 무척이나 크게 휘둘린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민감한 사건이기에 이름만 대도 명예가 실추될 일을 수사기관이든 언론이든 그 주변이든 너무 크게 사건을 키웠다. 그리고 가장 민감한 이슈인 윤창중 사건이 있을 때 조용히 끝내도 될 것을 공식 브리핑까지 한 그들의 모습은 끝까지 뒷맛 구리게 한 모습이다.
박시후 사건이 무죄 가능성이 있다면 국가인권위가 나설 만한 사이즈의 사건이다. 연예인이면 아무렇지 않게 취급당하는 현실에 제동을 걸어줘야 할 사건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억울하면 끝까지 고소취하를 하지 말아야지! 라고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자신을 보호하고 변론해야 하는 상황이 막히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수사종결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뭔가 켕겨서’가 아닌, 상식 이하의 대우를 받는 곳이라면 한 번 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박시후 사건이 답답한 이유는, 너무 한 쪽에 치우친 일방적 공세였다는 데 있다. 실추된 이미지를 그렇다고 그들이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만약 법이 억울한 이를 감싸주지 못하고 정의가 정의롭지 못한 것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무척 억울한 일로 남을 것이다. 이 글은 한쪽에서 바라본 글임을 밝혀둔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