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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투데이 김영삼의 컬쳐홀릭] 주말 특별기획드라마 <스캔들>의 시작이 안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배우 캐스팅부터 화면의 색감과 연출력, CG, 작가의 안정적인 극본까지 1회에서 보인 장면만으로는 그렇게 크게 막장의 요소까지 들먹이며 비난을 할 거리는 없어 보인다.
막장의 시대에서 막장 아닌 드라마를 만나는 기분이 상쾌함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 더욱이 MBC 주말드라마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막장이건만, 묘하게 <스캔들>이 보여준 1회의 내용과 2회에 나올 내용은 그리 크게 막장을 말하기 어렵다.
모름지기 막장이라 하면 극 구성이 얽히고설켜 풀지 못하는 단계까지 가며,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는지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 거나, 갑자기 드라마의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전개가 허무함을 주는 것이 대표적 막장 요소이다.
임 모 작가가 대표적 인물로 그의 드라마는 몇 초 안에 그간의 극 구성을 모두 날려버리는 재주를 보인다. 게다가 쓸데없는 신앙심에 취해 시청자에게까지 잘못된 신앙의 모습을 보이는 면은 작가를 경을 치고 싶은 심정이 되게 한다. 현실에서 이해할 수 있다거나 판타지 요소라도 상상의 나래를 펼침이 공감되어야 하는데 그녀를 비롯한 막장 작가들의 드라마는 분노만 쌓일 뿐. 이해나 공감이 어렵다.
<스캔들>은 쉽게 말하길 설정이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라 하니 막장이 반드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전 드라마까지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막장 요소였으니 그런 생각을 막기란 어렵다.
또 <스캔들>에서 첫 번째 터 놓고 가는 사건이 내 아이를 잃게 한 사람의 아이를 유괴하는 것이니 이것만 놓고 본다면 막장이 맞다. 하지만 두고 봐야 할 것은 단순히 그 사건 하나만을 가지고 극을 풀어가는 것이 아님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괴라는 막장의 사건을 다뤘지만, 배유미 작가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복수 그 이후의 삶과 상처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고 기획의도에서 밝혔다. 선에서 시작됐지만 악이 돼버린 선과, 자신이 악인지 모르는 악이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작가의 실험성은 단순히 막장 요소를 말하려 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1화에서 보인 유괴된 아이가 성장해 자신을 유괴한 아버지를 벌하려 하는 모습은 진짜 보여주려는 복수가 아닐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똑같이 되갚겠다고 생각해 유괴한 아이를 차마 복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한 아비와 살가운 정을 준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아버지가 자신이 늘 잘되길 바랬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성인이 돼 숨겨진 사건의 진실로 다가서며 아버지를 이해하는 단계까지의 드라마는 긴 여정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없을 사건이지만, 실제 비슷한 사건은 일본에서 일어난 적이 있기에 이 드라마가 단순히 시청률을 생각해 주제를 잡은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되게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권선징악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며, 용서와 화해의 과정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아무리 막장의 요소를 가진 드라마도 막장으로만 끝나는 드라마는 없으니 당연히 희망은 있다.
첫 시작의 분위기가 좋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시청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빠른 전개와 화면의 퀄리티. 실제 한국에서도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사건과 비슷한 건물붕괴 장면 기억의 사실성. 배우들의 호연, 사실감 있게 표현하는 김진만 PD의 세세함까지 기대를 준다. 그 특유의 주말드라마 냄새가 완전히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그 시선에서 보면 주말드라마가 아닌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신선하게 바라보게 된다.
배우 조재현의 심도 깊은 연기의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도 즐거움이 된다. 또한, 이 드라마의 극본을 맡은 작가는 <반짝반짝 빛나는>과 <진짜 진짜 좋아해>, <해피투게더>, <로망스> 등의 작품으로 신뢰감을 준 바 있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에서 한 번 얼굴을 비춘 조재현과 김재원의 등장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빨리 캐치해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 생각되니 더한 기대감이 된다. 첫 회가 방송됐지만, 기대되는 드라마로 일단 올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나인>에서 상큼발랄 러블리한 모습을 보인 조윤희가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