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2부, <Sleepers(슬리퍼스)>
아동 성범죄를 파헤친다.
슬리퍼스는 1988년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출연한 히트작. <레인 맨>을 감독한 베리 레빈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작년 우리 사회에 아동 성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영화 <도가니>와 비슷하다. 단, <도가니>의 배경이 학교라면 영화 <슬리퍼스>에서 행해진 아동 성범죄의 무대는 소년원이다.
뉴욕의 빈민가, 헬스 키친에 4명의 꼬마가 있었다. 꼬마들은 비록 가난과 부모들의 사랑은 못 받고 자라지만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있었고 자신들에게 관심이 있는 신부님과 이웃 아저씨도 있어 그들만의 즐거운 소년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동심의 세계에서 작별하는 날이 온다. 자신들의 인생이 바뀌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장난으로 한 일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남자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소년들은 형을 선고받고 소년원에 갇히며 그곳에서 아이들의 절대적인 세계인 동심의 세계,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와 영원히 작별한다. 아이들은 소년원에서 구타는 물론이고 간수들의 성폭행으로 고통을 받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소년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약자인 소년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신부님 밖에 없다.
고통과 수치심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채 소년들은 어느새 청년이 된다. 신문기자(제이슨 패트릭)와 검사(브래드 피트) 그리고 어릴 적 소년원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폭력의 세계에 빠진 두 청년은 각자 숨겨진 비밀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복수할 절찬의 기회가 주어진다. 소년들을 괴롭히던 간수(케빈 베이컨)를 레스토랑에서 본 두 청년은 잔인하고 악랄했던 간수 숀 노크스를 한치의 주저함 없이 죽여버린다. 그들의 어린 시절을 빼앗아 간 악마에게 복수를 꿈꾸던 4명의 소년. 이 사건으로 드디어 소년원에서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복수전이 펼쳐진다.
4명의 소년은 악마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싸움에서 이겼다면 분명히 통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겼지만 그들의 생은 이미 망가져 있었으므로 통쾌하지만은 않다. 어린 시절 지옥 같은 세계를 본 청년들은 누구를 지극히 사랑할 수도 믿지도 못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신부 바비(로버트 드 니로)에게 던져진 도덕적 질문에 대응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다. 침묵 속에 보이는 드 니로의 눈빛과 손. 신부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거짓말과 소년들의 복수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신의 거짓증명 사이에 잠시 생각하는 장면은 침묵이 그 어떤 대화나 몸짓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베리 레빈슨 감독은 복수를 달성한 방법이나 정의에 도달하는 방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가 보다는 범죄의 상처는 오랫동안 남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말한다.
범죄에 등급을 매길수는 없다. 살인, 강간 그중 어느 범죄가 더 무겁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또한, 법치국가에서법이 존재하는 이상 개인은 법 대신 누구를 벌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때때로 이런 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올바른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특히 범죄가 아동에 행해진 것이라면.
영화정보...
슬리퍼스
베리 레빈슨 감독의 1996년 미국영화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캐빈 베이컨, 브래드 피트, 더스틴 호프먼, 제이슨 패트릭
사진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펨께 '나의 네델란드 이야기(http://waarheid.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