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쇼(GO쇼)에 출연한 지석진과 김태원, 황정민의 조합은 뭔가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만, 무척이나 오랜 벗을 만났다는 느낌을 줬다. 개인적으로도 알고 지내는 듯 보이는 그들의 수다는 ‘아! 이게 진정한 토크쇼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조합이 출연함으로 토크는 편안한 안방의 수다처럼 시청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른 목적으로 출연을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수다 중간에 나왔지만, 황정민은 뮤지컬을, 김태원은 부활 13집 홍보를, 지석진은 특별한 홍보라기 보다는 임기응변의 애드리브를 하며 자신을 알리는 목적으로 나온 듯 보였다.
이번 <고쇼> 게스트의 활약도를 보면 지석진, 김태원, 황정민이 각각 7:2:1 정도의 활약도를 보인듯했다. 그만큼 지석진의 활약이 빛난 것은 그의 강력한 수다토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고쇼>를 떠나서 그는 워낙 수다계에서 인정을 받는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
그가 속해 있는 ‘조동아리 클럽’은 유재석을 비롯한 김용만이 함께 하는 클럽으로 저녁에 만나면 아침까지 떠든다 하여 유명해진 클럽이기도 하다. 특별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클럽은 아니었지만, 편한 사람들끼리 만나 나누는 수다는 밤이 지나 날이 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수다가 일상화된 친분의 클럽이다.
이곳에서 다져진 지석진의 편안한 수다는 <고쇼>를 장악하기에 충분했고, 난다 긴다 하는 김태원과 MC인 윤종신을 꼼짝 못하게 만들며 분위기를 주도하게 된다. 그간 지석진의 활약이 미비해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주특기인 토크가 빠진 예능 프로그램 유행 때문이기도 했다.
지석진에게 가장 잘 맞는 예능의 형태는 뛰는 반리얼 예능의 모습이 아니다. 워낙은 정통 토크쇼 형태의 진행이 가장 편안한 사람으로, 평소 그가 지인들과 나누는 수다처럼만 이야기를 하면 당해낼 재주가 없을 정도로 그는 화려한 수다 솜씨를 자랑한다.
제 아무리 상대를 주눅들게 한다고 하는 고현정조차, 말 한 마디 자신의 페이스로 가져오지 못 한 것은 수없이 단련된 지석진의 상황 대처 능력 때문이었다. 벌써 십 수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마주하던 그에게 단순한 찰나의 공격은 효과를 내기에 무리가 있었다.
상황을 잘 마무리 하려 포장을 해 주는 지석진의 모습에, 그 상황이 아닌 듯하여 고현정이 밑도 끝도 없이 상황을 곧이곧대로 정리를 하려 하며 시작된 날 선 공방전은 결국 지석진의 승리로 가볍게 끝나게 된다. 사리에 어긋나는 것을 잡아보려 했지만, 결국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우기기로 ‘전 하나도 안 웃겼는데요’라며 떼를 쓰는 고현정의 모습은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지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민한 부분의 허를 찔러 지석진을 공격하려 하지만, 빠져 나가는 데 선수인 그를 수세로 몰아넣지 못한 것은 역시나 그가 가진 다양한 대처 능력 때문이었다. ‘옥주현의 팬티스타킹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농담을 한 것을,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난처하게 만들지만, 그에 쉽게 당하지 않는 지석진은 깨알 같은 웃음을 이끌어 낸다.
순간적인 애드리브였지만, 윤종신은 “팬티 스타킹은 어떻게 탄생할까요?”라고 음흉한 질문을 했고… 지석진은 “일단 접혀서 태어나겠죠”라며 말을 한 순간 이미 분위기는 지석진에게 모두 점령 당하는 효과를 내게 했다. 주워먹는 개그의 최강자라고 하는 윤종신이지만, 그보다 더한 애드리브를 가지고 있는 지석진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됐다.
묘한 분위기는 순간 자신이 나온 홍보 목적을 이야기 하는 순간으로 변질 됐고, 그에 뒤지지 않는 애드리브를 하는 지석진은 클럽 오픈을 이야기하며 일순간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다. 다소 연결점이 미비했지만, 공격해 오는 윤종신의 깐족거림에 지석진은 매번 뛰어난 재치를 보여주며 왜 그가 대단한 토크 강자인지를 알게 했다.
황정민이 뮤지컬 이야기를 하며 돈키호테를 말하고, 김태원은 부활 13집 중 돈키호테 이야기가 담긴 곡이 있다하며 피해갈 길을 잘 만들자.. 지석진은 우리 클럽은 말을 타고 입장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 라는 말은 큰 웃음을 만들어 냈다.
일단 내면 망한다는 앨범을 지석진은 <쟤만 아니면>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생각한다고 했고, 그에 연관된 노래를 불러 큰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워낙 공감 코드가 있던 터라 영화로 제작을 하면 바로 출연을 하겠다는 황정민의 재미있는 반응에 시청자도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한 남성들의 애환이 녹아든 <쟤만 아니면>은 많은 웃음을 주는 방향키가 되어주었다.
오래 숨겨져 있던 지석진의 수다성 짙은 토크가 <고쇼>에서 빛이 났던 것은, 워낙 그가 가지고 있던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기에 그다지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깜짝쇼로 보일 정도의 큰 웃음이었지만, 이런 류의 개그는 지석진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개그본능 정도일 뿐이다. 지석진은 바로 이런 토크쇼의 형태에 제격인 사람이다. 이런 타고난 재능을 평범한 재능으로 가지고 있는 그가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