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 한 남자. 이 세상 살아오며 딱 한 번 사랑에 빠진 여자를 죽인 여자가 자신의 닫힌 문을 여는 것을, 과연 그 남자는 용서하고 품어 사랑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이 사랑은 현실 불가능한 사랑처럼 보인다.
지극히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로 들리는 믿지 못할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야 원수의 딸을 사랑하는 내용이고, 워낙 오랜 고전의 아름다운 이야기라 무뎌져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됐지만, 내 사랑하는 여인을 죽인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디 가능하겠는가!
KBS2 새 수목드라마 <비밀>은 이 현실 불가능한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 여인을 사랑하는 한 남자와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죄를 진 여자가 진정 사랑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는 내용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그 크디큰 벽이 무너졌을 때 진정 큰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비밀>의 주연 지성과 황정음, 배수빈과 이다희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관계에 놓인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진정 사랑한 여자를 잃은 지성과 어렸을 적부터 정혼녀로 점 찍힌 이다희의 관계에 황정음이 끼어들어 오는 관계. 결혼을 앞둔 배수빈과 황정음이 하나의 사건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지만, 사랑하기에 보듬는 배수빈의 관계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성은 사랑하던 여자를 잃고 개차반 인생처럼 살아가지만,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초긍정녀인 황정음의 영향은 비극적인 사랑을 선택하는 남자의 번뇌를 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황정음이 정통 멜로인 <비밀>에서 캐릭터 연기가 아닌 멜로를 제대로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정음이 맡은 역은 초긍정녀로 억척스럽게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역으로 자칫 생각 없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배역이 순정녀의 캐릭터로 억척스러운 면이 있다고 하여 밝기만 하다면 원수가 되는 관계에 선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연관성 없게 만들 수도 있기에, 황정음이 맡은 강유정 역은 그 어느 때 드라마보다 심리묘사가 중요하다.
지성이 맡은 조민혁 역은 그저 씩씩하게만 살아가고, 한결같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여 강유정을 선택하는 것도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없기에 황정음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배수빈이 맡은 안도훈 역은 자신이 사랑했던 강유정(황정음 분)을 위한 삶을 선택하기 위해 그녀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신세연(이다희 분)은 자신과 어릴 적부터 정략결혼의 상대인 민혁(지성 분)과의 관계가 다행이라 생각하며 차가운 여자로 살아오고 있지만, 막상 그 남자에게 좋아하는 관계의 여성이 나타나는 것은 인정할 수 없게 되며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상케 한다.
<비밀>의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캐릭터 컷에는 조민혁이 눈을 가리고, 강유정이 입을 막았으며, 안도훈은 먼 곳을 응시하고 있으며, 신세연은 귀를 막았다.
불편한 사랑의 이야기이나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 남들에게 알려서 축복받을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가 <비밀>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 든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