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응답하라 1997>에 이은 <응답하라 1994>의 매력은 여전했다. 두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추억-웃음-공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녔다는 점일 게다. 이 삼박자는 곧 시청자에겐 전 세대를 아울러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는 복고드라마로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바로 1994년을 살아온 3,40대 층을 비롯해 그 윗세대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고, 그 시대 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온 기성세대들은 다시 옛 추억을 생각하며 ‘우리 그때 참 즐거웠지’와 ‘우리 그때 참 어려웠어’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과 눈물로 그 시절을 그리고는 한다.
1994년은 문화혁명이라 불릴 만큼 대한민국의 문화는 대혁명기였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중가요 문화를 단계로 구분 짓지 못할 만큼 바꿔 놓았고, 스포츠 또한 대중이 즐기는 시기로 접어든 때가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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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은 정적인 대한민국 가요계를 뒤집어 놓았던 전설의 그룹이었다. 온갖 구습에 물든 가요계를 정리하는 그들의 등장은 속박된 마음을 자유로 물들게 했고,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체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기 전 대한민국 대중문화가 포크와 발라드가 대표하는 문화였다면, 그들의 등장으로 모든 문화가 고루 사랑받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이 한 댄스와 록 장르의 음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다룬 ‘빠순이 문화’ 또한 이때 본격적으로 태동한 것이다.
‘빠순이’ 문화의 시작이 된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래서 <응답하라 1994>의 요체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대학농구와 프로농구의 인기는 만화 <슬램덩크>와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의 연결로 선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만화의 주인공,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 인기를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농구 꽃미남파들의 대거 등장은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세대들에겐 별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때였던 그 시기는, 연세대와 고려대. 그리고 중앙대 등의 대학농구 실력파들이 즐비했고, 이들은 자연스레 프로농구와 연결되어 스포츠 선수는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어 오빠부대를 탄생시켰다.
<응답하라 1994>에서 다루고 있는 그 시대의 추억거리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 ‘대학농구’의 이야기이며, ‘팔도 청춘’들의 이야기다. 시대를 대표한 문화를 즐기던 그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있어서 그 자신이 될 수 있고, 시청자 부모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 반가움일 수밖에 없다.
1994년 문화혁명기를 겪은 지금의 3,40대들은 추억을 생각하며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주 문화소비층이 아니었지만, 유년기와 소년기를 지나온 주변 세대들은 그 시대가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며 어렴풋이 기억의 파편을 맞추어 즐길 수 있는 것이 <응답하라 1994>의 이야기이다.
<응답하라 1994>가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은 그 시대에 유행한 이야기들이 지금 유행하는 이야기들과 궤를 같이하는 웃음이 있기 때문이다.
첫 화 ‘서울사람’은 시골 촌놈 삼천포(김성균)가 난생처음 겪는 각박한 서울의 모습이 우리들 추억 속 그 모습과 같아서 웃음과 동시에 아련함을 준다.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지만, ‘눈 뜨고 코 베이는 서울’을 겪는 삼천포의 이야기는 코가 시큰거리는 마음을 갖게 한다. 지하철 환승을 못 해 버벅이는 모습과 신촌 그레이스백화점(현 현대백화점) 출구를 못 찾아 무한 헤매는 모습에는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게 했다. 결국, 출구에서 독수리다방을 못 찾아 고생한 후 택시를 탔지만, 사기꾼 택시기사에 걸리는 모습은 시청자를 애잔하게 했다.
삼천포가 겪는 실수는 그 시절 촌놈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였다. 게다가 말머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길치 끼가 있는 삼천포의 이야기는 지금 세대들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묘한 공감을 주며 웃을 수 있게 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해태의 타고난 깐족거림은 조윤진 역의 도희를 들었다 놨다 하며 웃음을 준다.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인 정대만으로 표현된 도희는 의욕상실 캐릭터로 그저 좋아하는 것은 서태지이다. 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덮고 다니는 게 마땅치 않아 밥상머리에서는 얼굴 좀 보자는 말에 자리를 피하지만, 해태의 깐족 공격인 ‘아~ 야~ 니 다시 농구하고 싶어 그냐’란 말은 배를 잡게 하는 웃음으로 자리했다.
열혈 서태지 팬인 도희는 성나정(고아라)이 찍어 온 사진에 농구선수 이상민이 아닌 전두환이 찍힌 것에 분노 폭발해, 쏟아내는 욕지거리 한 판은 시청자를 포복절도케 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또한, <응답하라 1994>의 최고 매력 캐릭터인 지질한 오빠의 모습을 대표하는 정우의 쓰레기 역은 앞으로 몰입도 최고의 재미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하라 1994>는 ‘추억-재미-공감’의 삼박자를 맞춰 시청자 앞에 다가섰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