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단 하나의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을 이수근은 하고 말았다. 이수근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가족을 말하며 사연팔이한 일.
이수근은 상습 불법도박으로 12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집행유예 2년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이날 이수근은 자신의 불행한 가정환경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해 많은 누리꾼 질타를 받았다.
질타를 받게 된 내용은 그의 변호인 측이 말한 선처 호소의 말에 있다. “이수근은 2003년에 데뷔했으나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뎠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개그맨은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감정 노동자다. 그러나 사실 이수근은 불우한 가정환경 등으로 힘들게 지내왔다. 아내는 큰 수술을 받았고 둘째 아이는 뇌성마비를 겪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
이어 “현재 이수근은 스스로 도박을 끊은 상태다. 지금 연예인에게는 사망 선고와 같은 방송 중지 상태다. 팬들의 사랑, 주변의 비난 등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선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더 많았다. 이유는 여론이 동정보다는 분노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오랜 무명을 거쳤다’는 말은 연예인 중 겪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가 무명의 시절을 겪는 게 일반적 사실이다. 그 하나만으로 동정을 얻기 어렵기에 이수근은 가족사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내는 큰 수술을 받았으며, 둘째 아이는 뇌성마비를 겪고 있다’는 말은 사실 동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말이 이 사건에 끼이면 절대 안 된다. 가족을 생각한다면 좋지 않은 사건에 거론하지 말았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가족을 끌어들인 것은 면피하기 위한 핑계밖에 안 되기에 당연하다. 더욱이 그러한 행동은 가족에게 욕보이는 행동이며,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기에 하지 말았어야 한다.
‘스스로 도박을 끊었다’는 말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시기의 일로 방송계에서 잠시 물러난 김용만 사건을 보고, ‘아차~’ 하여 쉰 것 같은 모양새를 두고 끊었다고 생각할 대중은 없다.
‘방송 중지는 연예인에게 사망 선고와 같다’는 말은 옳은 말이지만, 그것은 잘못하지 않은 이가 억울할 때나 쓸 법한 말이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마땅히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고, 일정 기간을 자숙해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합당한 일이다.
도대체 얼마나 빨리 나오고 싶었기에 방송 중지 상태를 사망 선고에 비유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수근은 고작 한두 달 쉰 상태다. 그에 비해 신정환은 3년 넘게 자숙을 하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이 끌어내고 싶어도 꾸준히 연예인들이 문제를 일으켜 못 나오는 게 신정환이다. 하지만 신정환은 지금도 나올 기미를 안 보이고 있다. 재정적으로 구멍이 나도 벌써 난 이도 가만히 있는 상태.
그런데 이수근은 고작 한두 달 쉰 상태에서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투의 의미가 담긴 듯한 핑계를 대고 있다. 이에 대중이 코웃음을 치는 것은 구형 전 바로 보도된 SM 주식 부자리스트에서 이수근이 주식부자 10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런 변을 핑계라 여길 수밖에 없게 한다.
‘유명 연예인으로 역차별을 당한다’는 말 또한 대중을 분노케 하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 곳이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잘못되지 않은 사실에 그런 차별을 당했다면 역차별이 맞다. 하지만 이수근은 명백히 잘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차별이라 말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은 말이기에 대중은 분노하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말을 할까? 그는 ‘얼마나 짧게 자숙하려고’ 했었던 걸까? 도통 이해할 수 없게 한다. 주변 연예인 중 강호동이 세금탈세 혐의로 1년이란 짧은 기간 자숙을 했다고 하여 자신도 그게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일까?
이수근은 자숙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어야 하며, 실제 그런 후에 이런 말을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불우한 가정을 들먹이며 선처를 호소한 것은 대중에게 더욱 큰 실망을 준 요소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