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비 정지훈이 출연한 <런닝맨>이 1편으로 끝나지 않고, 한 주 걸러 2편이 등장한다. 때에 따라서 3편도 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청자의 불만까지 있는 것을 보면 호주 특집은 <런닝맨>의 시청률을 주저앉히는 특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런닝맨>은 고정 시청자 중 나이 어린 층에서부터 젊은 층까지 다양한 시청자가 채널을 고수한 편이었다. 아무리 시청률이 빠져도 13% 선은 지키던 것이 <런닝맨>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보지 않은 이들이 간혹 어린 애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 폄하를 하지만, ‘게임’이라는 특화된 장르로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특화된 게임만 있다고 흥하는 것은 또 아니라고, <런닝맨>은 게스트 선정에 있어서도 꾸준히 균형감을 잡아왔다. 그러나 <런닝맨-호주특집>만은 어떻게 보더라도 처음서부터 제대로 된 섭외가 아니었다.
비 정지훈을 알리고자 시대의 인기 아이콘인 이종석과 김우빈을 섭외했고, 그들은 들러리로 선배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자 했지만, 갑작스레 이종석의 신종플루로 김우빈만 비를 알리는 데 함께하고 있다.
애초 잘못된 캐스팅을 하고, 특집을 크게 하고자 벌린 것이 호주특집이었을 게다. 자칭 월드스타, 허명을 씌우고자 하는 이들이 입을 모아 표현하는 것이 월드스타이니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스케일은 블록버스터급이었을 테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블록버스터급 호주특집이었을 터.
보통 해외 특집의 경우 작게는 두 편. 길게는 세 편으로 나뉘는 특집 성격이 있기에 이번 호주특집도 역시나 시청자의 우려대로 두세 편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혹여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크게 항의를 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은,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 팀과의 대결이 끝난 방송 말미 다시 등장한 비의 모습에 실망감 감추지 않았다.
비 정지훈이 <런닝맨>에 등장한 것 자체가 불편한 시청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연예인을 강제로 봐야 하는 시청자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한 번 나오는 것도 불편한데, 자그마치 두세 번 방송되는 특집에 나온다는 것은 깨끗이 채널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런닝맨>의 시청률이 주춤한 상태이긴 했지만,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보고 싶지 않은 연예인이 급작스레 나오자, 돌아간 채널 회복은 언제 될 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멤버들은 노력에 노력을 더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에 대중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의 연예인을 좋은 이미지의 스타에 끼워팔기 하려는 의도는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다.
만약 비(정지훈)가 <런닝맨>에서 재미를 줄 만한 요소가 있었다면 이런 불만이 조금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등장해 웃을 수 있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허명의 월드스타를 대접하기 위해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멤버들의 봐주기식 움직임은 일부 시청자에겐 배신감이 될 만했다.
좋지 않은 이미지. 그 이미지를 제대로 털어내지 못한 인물을 캐스팅하고 <런닝맨>이 그에게 해줄 것은 뻔하다. 이미지 세탁에 도우미로 나서는 것.
순수한 이미지로의 전환. 사실은 일반 누리꾼이건만 악플러로 몰린 누리꾼을 품을 줄(?) 아는 통 큰 스타로의 전환. 적극적인 이미지를 가진 스타로의 전환. 이 기회를 빌려 불명예스러운 군대 이미지를 벗고자 함이 그가 출연한 목적일 것이다.
한 회 분량도 사실상 불만스러울 시청자에게 블록버스터급 호주특집을 만들어 두세 번 반복 노출해 좋은 이미지로 바꿔주고자 하는 정성은 <런닝맨>이 도약기에 주저앉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가 출연한 모든 예능은 그 시기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왜 생각지 않는 것일 것?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