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제50회 <백상예술대상>은 전체적 점수로 볼 때 약 80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그런 시상식이었다. 기존 방송사 시상식의 점수를 20~30점 정도로 놓고 보는 기준에서 본다면 <백상예술대상>의 점수는 무척 높은 편이다. 그만큼 이번 시상식은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그런 시상식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90점은 채울 수 있던 점수에서 무려 10점. 아니 조금 더 깎아 버리고 싶었던 이유는 공감되지 않는 후보가 팬심에 힘입어 타지 못 할 수상을 한 점은 옥에 티가 아닐 수 없었다.
먼저 가장 이해가 안 간 수상자라면 소녀시대 유리가 <노브레싱>으로 ‘여자인기상’을 수상했다는 점은 진심 놀라웠고, 이 수상은 ‘백상예술대상’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장면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상을 받는 것에 당당한 면까지 보여준 권유리의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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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창피한 상을 받은 권유리는 그렇게 당당한데, 오히려 충분히 상 받을 만한 심은경은 자신이 상 받는 것에 선배들을 생각하며 무척 죄송한 마음임을 보인 장면은 극대비가 돼 한숨이 나온 장면이다.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로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어찌 보면 이 수상이 파란이라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 이전에도 <광해>에서 관객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마력을 보였고, 그녀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연출자의 마음을 빼앗았다.
물론 심은경이 경쟁한 이들이 어마어마한 선배들이라는 점을 따진다면 파란은 파란인 게 맞다. 하지만 상대적인 결과와 과정의 이야기로 접근한다면 심은경은 당연히 최우수상감이다. 그럼에도 심은경은 역대 가장 신선하고 흐뭇한 눈물 소감을 보여 시청자와 백상을 푸근한 웃음으로 물들게 했다.
이번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가장 파란이며 당연한 상이라면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과 전지현의 수상 장면을 꼽을 수밖에 없다.
이 시상은 누구에게도 비난 받을 만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배의 미덕을 제대로 보인 결과로 꼽게 된다. 나이 어린 김수현의 무게를 줄여 줌과 동시에 거꾸로 오랜 연기를 한 선배 전지현을 치켜 올려 준 결과는 누구라도 공감하게 한다.
어마어마한 TV 시청률과 한국의 우수한 문화 콘텐츠 알리기에 이바지한 <별에서 온 그대>는 어떤 상을 준다 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수현에게 큰 상을 주게 된다면 기존 굵직한 이름의 선배들에게는 박탈감을 줄 수 있으니 그들의 무게만큼 배려해 시상을 한 장면은 점수를 높게 쳐줄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대신 김수현은 실리를 챙겼다. 단순히 TV 부문 인기상 하나만 줘 기분 나쁘게 하기보다 의미 있는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과 남자인기상을 같이 줌으로써 배우에게 이해를 할 수 있게 했다. 지난 2012년 <해를 품은 달>로 TV 부문에서 남자최우수연기상을 탄 이래 김수현은 지난해와 올해 영화에 힘을 많이 썼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상을 두 개나 받았다면 그에게는 무척 큰 보상이니 그의 배우 경력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결과를 받아 든 김수현은 싱글벙글 했고, 이어 3일 밤낮으로 즐거워 웃을 만한 실리를 챙겼다.
김수현과 같이 연기한 ‘별그대’의 천송이 전지현은 TV 부문 최고의 상인 대상으로 보답을 받았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영화에서 쓴 맛을 봤던 터라 이 상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큰 에너지가 되어줄 것은 분명하다.
다른 선배 배우가 큰 활약을 했을 경우, 햇과일 같은 새파란 후배가 큰 상을 받게 되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어쩌면 당연한 일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실제 이 드라마를 성공시킨 수훈갑의 김수현의 점수를 낮추고 전지현의 점수를 높여 그녀에게 대상을 준 것은 타 선배들이 뭐라 할 만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아 매우 영리한 시상이라 여길 수밖에 없다.
글에 표현된 4인의 파란의 주인공 중 3인은 누구라도 상 받는 것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유리가 받을 상은 분명 잘못 간 것이고, 그 상은 고아성의 것이어야 했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