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며 논란이 됐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대중은 이런 논란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1박2일>에는 비키니 미녀와 개그우먼 김혜선-오나미가 복불복 게임의 최종 선택녀로 등장했다. 이날 멤버들은 피서지인 망상해수욕장에서 시민들과 팀을 이뤄 게임을 진행했고, 이 게임의 결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른 체 진행됐다.
게임 결과는 시민을 제외한 멤버들이 받는 것으로, 게임이 끝난 후에 승리한 팀이 비키니 미녀와 꿀 같은 피서를, 패한 팀은 <개그콘서트>의 오나미-김혜선과 지옥 같은 피서를 즐겨야만 했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후 ‘미녀 대 비미녀의 대결구도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 같다’는 일부 시청자의 지적을 매체들은 앞다퉈 보도를 했다. 매체들의 호들갑은 극히 일부의 의견임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다수의 의견인 양 다뤄, 결국 프로그램 PD는 사과해야만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다수의 대중이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 그것이 어떻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냐는 것이 대중의 의견. 또 ‘재미있는데 왜 난리냐’는 반응과 ‘남자는 잘생기고, 잘 버는 이를 찾으며 왜 여자는 못 찾느냐’ 등의 반응들이 오가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대중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런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박2일>에 출연한 미녀 대 비미녀의 복불복은 단순한 의도밖에 없어 보였다. 대놓고 한 자리에서 비교하는 것도 없었다.
오나미와 김혜선이 나오자 함부로 대했다는 말도 억지일 수밖에 없다. <1박2일> 멤버 중 오나미와 김혜선을 만난 차태현-데프콘-김준호는 그녀들이 <개그콘서트>에서 쌓아 놓은 이미지 이상으로 안 좋은 말을 한 것도 없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 오나미와 김혜선이 캐스팅된 이유는 프로그램에서 쌓아놓은 확고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그녀들을 인식하는 이미지는 개그우먼이 먼저다. 따라서 제작진이 시청자를 상대로 그녀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웃긴 이미지이자 못난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
여자로 그녀들을 빛나게 할 수 없는 캐스팅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이런 논란은 애초 나오지 말았어야 할 논란일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TV 예능 프로그램에 지나친 관여를 하려는 대중이나 언론 매체들로 인해 점점 프로그램 제작이 힘들어 지고 있다. 제작진은 늘 아무것도 아닌 것에 사과해야 하는 상황은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대중까지도 매우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일은 비단 이번에만 있던 것이 아니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자신의 이상형을 말할 때 미녀가 이상형임을 밝혀다가 매체 여기자의 열폭(열등감 폭발)성 기사로 문제가 돼 아예 방송분이 폐기됐던 일도 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대중의 반응은 기사에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방송에서 미녀가 나오고 그 미녀를 택하는 것만 보면 늘 올라오는 열폭성 기사는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마치 다수의 의견인 양 부풀린 기사로 인해 앞뒤 안 가리고 달라붙어 비난만 하는 누리꾼의 특성. 그를 교묘하게 이용해 기사 트래픽을 유도하여 돈 좀 버는 매체. 예능 방송을 교양화하는 매체의 열폭은 이 시대 없어져야 할 사례이다.
정작 이번 <1박2일>의 문제는 다루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돌린 그 얕음이 기자의 능력이라 생각하면 ‘자격 없다’ 말할 수밖에 없다.
이번 <1박2일>은 예능 방송이 줘야 할 웃음 요소가 거의 없었고 문제점도 많았다. 늘 보던 그림이 전부였던 회. 날달걀 선택도 <런닝맨>에서 수없이 써먹었던 방법을 차용했고, 여러 장면이 <런닝맨>에서 보던 그림과 일치했다.
더욱 큰 문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게임 중간중간 끼어드는 건달은 멤버를 위협하고, 먹지 않아도 될 분식을 더 먹였다. 이어 밥값을 강제로 받아내는 모습은 아무리 예능 방송이라 해도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이었다. 또 마지막 게임에 져 모래사장에 묻히는 장면은 웃자고 연출할 만한 장면이 못 됐다. 폭력성 가득한 장면은 큰 문제였지만, 매체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블로거와 파워블로거를 이용한 자막 애드리브도 문제. <1박2일> 제작진은 멤버들이 중간에 들른 음식점에 블로거 평을 자막으로 깔았다. 그리고 음식값이 부족해 지불하지 못 하는 것은 맛집블로그 홍보 조건으로 탕감하자는 안도 내놨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잘못 없는 이들도 묶어서 조롱했다는 데 그 문제점은 심각하다. 간단히 말해 수십 수백 만의 블로거 중 100명도 안 될 법한 블로거지들을 의식해 블로거는 마치 다 그런 것 마냥 우습게 표현한 것은 질타받아 마땅하다.
수많은 문제와 재미라곤 찾을 수 없었던 방송에 대해선 일절 말을 못하고, 그저 얼굴 예쁜 언니들을 먼저 좋게 대우한다고 열등감에 빠져 분노 폭발하는 그 너덜리즘(너덜너덜한 저널리즘)에 진저리쳐질 수밖에 없다. <1박2일>이 비난받을 것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 재미 없는 방송을 만드는 것과 언론이 바른 시선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적받았어야 함이 옳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