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법으로 모든 악행을 처벌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OCN의 <나쁜 녀석들>이란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으로 악을 심판할 수만 있었다면 억울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처벌되는 일을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그 누가 하겠는가!
하지만 한탄스럽게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악인의 세상이고, 악인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다만 그 악행을 숨겨 사니 악인처럼 안 보이는 것이지. 온통 악인의 세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악과 결탁하는 세상이니 그 법을 신뢰한다는 것은 애초 무리인 것.
그뿐만 이겠는가! 이 놈의 세상은 그런 악인을 보고도 잘못됐다며 외치지도 못하는 세상이어서, 선한 사람은 그저 억울하기만 하다.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고관대작들의 행태는 물론이요. 한 나라 주요 권력이 부정으로 찬탈되는 세상이 현 대한민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민은 그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한다. 개인 SNS까지 감시되는 감시사회. 그리고 남몰래 처벌받는 사회. 옳은 것을 옳다 말하면 종북이니 빨갱이니 취급 받는 세상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잘못을 합법적으로 피할 수 있는 악인은 이 세상에 가득 찼다. 그들은 자기들끼리의 세상을 만들어 통제를 하고, 남들 모르게 무법천지의 세상을 만든다.
선한 국민은 그런 악한 이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더 강한 그 누군가가 나타나 그 악의 무리를 무찔러주기만을 바라는 것이 수동적인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국민. 그리고 사람들은 은연 중 상상으로 또 다른 무법천지를 원한다. 그 무법은 합법적인 무법. 이 합법적인 무법은 선한 이를 지키는 무법이기에 매우 합리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건 이 세상에 존재치 않기에 상상으로만 꿈꾸는 게 일반적이다.
바로 이런 상상들이 모인 것이 영화나 드라마의 줄기이기도 한 것.
우리는 히어로를 원한다. 그 히어로가 비록 한 때 무법자였다고 해도 정의로운 세계로만 돌아서 준다면 무법의 악인이었다고 한들 그때부터는 정의를 수호하는 히어로로 대우해 줄 수 있다. 적어도 상상의 세계에서는 더욱.
<나쁜 녀석들>은 바로 그런 상상에서 시작한다. 법으로는 심판할 수 없는 나쁜 놈을 심판할 더 나쁜 놈. 그러나 그 나쁜 놈이 사실은 우리를 지키는 정의의 파수꾼이기에 응원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들을 더 이상 나쁜 놈이라 부르지 않는다. 막연한 상상의 복수를 드라마로 대리 체험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 여겨지며,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환호하게 된다.
<나쁜 녀석들> 1화는 세상 천지 가장 악질로 평가되는 미친개 같은 존재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조직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2화에서는 무법 천지가 돼버린 세상 속 무법자를, 정의의 세계로 발을 들인 무법자들이 나서 법으로 처단할 수 있게 뒤를 쫓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악인으로 살아가던 이들에게 갱생의 의미로 또 다른 무법자를 처단하라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아닐 것이다. 무법자를 잡는데 법으로만 처리할 수 없는 것을 이들은 잠시 경계를 넓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그들의 힘을 빌어 마련코자 함이 방향성일 것이다.
김상중은 이 드라마에서 오구탁 역으로 선과 악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과격하지만 정의의 사도임은 분명한 그가, 어느 한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범죄자의 능력을 한 데 모으는 역할을 한다. 컨트롤이 되지 않는 범죄자를 컨트롤하며 정의로움을 구현하는 그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한 역할.
이어 마동석은 조폭 박웅철 역으로 행동대장으로서 든든한 화력지원을 하며, 박해진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이정문으로 이 조직에 두뇌 역할을, 조동혁은 청부 살인업자 정태수로 조직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다.
1화에서는 그들이 조직화되는 모습이 비쳤고, 이어지는 화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들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던 이들을 심판대에 올리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그들을 보며 시청자가 통쾌함을 느끼는 건 상상이니 허용되는 것이지만, 그 상상을 채워 주기에 더욱 통쾌함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들의 연기력이 상상력을 채워주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