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사람과의 관계 중 가장 좋은 관계 유지법 중 하나는 나보다 힘든 사람을 먼저 챙기는 것이다. 힘든 사람은 잘 나가는 사람이 어렵기에 다가서지 못하지만, 잘 나가는 사람은 어려운 이에게 다가가기 쉽기에 먼저 챙기는 것이 유익한 그림이라 말할 수 있다.
자격지심은 못나서 갖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어렵기에 생기는 것이다. 살아가는 환경이 여유롭지 못하고, 혹시나 상대에게 자신의 모습이 비루해 보일까 걱정돼 마음을 접는 것이 다반사다. 못 살아서, 혹은 못 나가서이기보다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가 곡해 해석될까 걱정되는 마음에 못 다가서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데 용기를 내 건넨 말에 잘 나가는 이가 ‘너랑 연락되는 게 싫다’는 투의 '나 전화 잘 안 받는데'의 말을 했으니 그다음부터 다시 연락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한순간 친구에서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건 찰나의 실수로 시작되는 것. 이때부터 당한 사람의 자격지심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일과 모습을 무수히 보고 살아간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도 실제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일을 한다고 온갖 있는 척하는 사이. 자신의 주변인들은 스스로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한다. 꼭 피해를 줬다기보다 있어 보이는 척하는 행동에 못 사는 이들의 자격지심은 의도치 않게 자극되기도 한다. 물론 그 실체를 알고, 초월한 이들은 혀를 차며 그런 인간이라 치부해버리며 관계를 끊지만, 그래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이들은 그렇게 변해가는 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라디오스타: 해치지 않아요> 특집에서 의도치 않게 류승룡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은, 각자의 처지를 생각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류승룡이 한때 친구와 선후배를 챙기지 못한 것에서 생긴 부작용 때문이다.
현재 류승룡은 한국 영화계에서 무시하지 못하는 포지션에 자리해 있기에 그보다 못한 위치에 선 이들은 그에게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먼저 찾아주지 않는 한 다가서는 것은 힘들다.
게다가 한때 막역한 친분이 있는 이철민이 용기 내어 말을 걸고, 전화번호라도 알아 연락하고 지냈으면 하는 그 소소한 마음을 보였음에도, 싫다는 투의 거절을 보였다면 류승룡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을지 몰라도 상대인 이철민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겼을 것이다.
무명 시절 어려움을 같이한 동료이자 선배였던 김원해 또한 류승룡에게 연락을 못 하는 것이 ‘너무 떠서’라는 말을 했지만, 이 말은 김구라도 말했듯 그의 동료였다는 라미란과 박동빈도 한 말이어서 시청자는 류승룡을 더 안 좋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 사람에게 했던 행동이라면 그게 오해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겠지만, 여러 사람이 공통의 말을 한다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뭔가 오해를 줬다는 뜻이기에 그가 어떠한 방식이라도 그 섭섭함을 풀어주는 것은 이치다.
김원해는 류승룡과 연극계에서 어려움을 같이 한 동료이자 선배다. 창작 뮤지컬 <난타>에서 5년이란 시간을 같이 했고, 대학 생활까지 함께한 관계라면 지금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올랐더라도 먼저 챙기는 것이 더 바른 그림이다.
뭐든 어렵던 시절을 잊지 않은 스타의 모습은 늘 푸근함을 주기에 그것이 곧 인성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배우 원빈은 생짜 무명인 조윤호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며 살갑게 대하는 배우로 인성도 된 배우라 평을 받고 있다. 또 아역 배우인 김새론에게도 특별한 보살핌을 보이는 게 그다.
예를 원빈으로 들었지만, 연예계에서 단순히 친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인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이외에도 무척이나 많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뜨더니 연락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은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정웅인이 학교 다닐 때 무서운 선배였어도 이후 미안한 마음을 갖고 말 한마디라도 후배에게 술 한잔 하자고 한 말은 상대적으로 더 인간적으로 보인 이유다.
지금 류승룡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뜻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오해를 할만한 이들을 모아 술 한잔 거나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연락하면 만나줬을 텐데’의 변명이 아닌 ‘내가 소홀했다’의 자세로 지속해 다가간다면 이후 그를 오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