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평균 시청률 3%. 최고 시청률 3.5%의 반응은 사실 콘텐츠의 우수성에 비해선 부족한 감이 있는 수치다. 그러나 부족한 감이지, 결과는 대성공이라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배우학교>의 성공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배우라 불리며, 연기에 대한 고심이 있고,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배우인 박신양을 스승으로 캐스팅한 것부터 ‘대박’이란 말을 쓰기 아깝지 않다.
게다가 연기력에서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이원종이 도전했다니 의아하면서도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던 일이다.
<배우학교>에 캐스팅된 출연자 중 압권은 프로그램에서도 표현했듯 ‘전설과 에이스의 만남’이라 불린 장수원과 남태현의 만남이다.
장수원은 로봇연기라 불리는 연기로 예능에서 그만의 인기 포인트를 잡고 활동 중이고, 남태현은 부족한 연기로 수많은 악플을 받은 인물이니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발연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도 달랐다. 장수원은 예능적인 부분으로 소화돼 욕을 덜 먹었지만, 남태현은 어설픈 연기로 생전 듣지 못한 수많은 욕과 비난을 당했으니 서로 입장은 다른 상태.
따지고 보면 둘 다 대중의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 상황이 어떻게 소모됐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어쨌든 남태현이나 장수원이나 한 번 연기하고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니 예능이든 다큐멘터리든 출연은 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들은 용기 내 출연을 결정했다.
너무 예능적인 면을 전면에 깔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출연자 혼합률. <배우학교>에는 박신양이 스승의 역할을 하고 정통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이원종을 비롯해 박두식, 심희섭을 배치해 안정적인 연기학교의 이미지를 세웠다.
그 안정된 텃밭 위에 예능 요소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줄 수 있는 유병재와 이진호를 배치한 것은 최소한의 예능을 위한 선택.
그 두 라인을 교묘히 걸쳐 프로그램의 시너지를 흡수할 인물은 바로 장수원과 남태현. 실질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멤버들이 이 두 명. 거기에 유병재, 이진호도 혜택을 볼 인물이다.
<배우학교>는 출연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서도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연기력으로 봤을 때 최하라 생각되는 인물을 캐스팅하므로 기대감도 최하에서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시청자가 ‘발연기’라 낙인을 찍을 정도면 최하 중 최하. 게다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장족의 발전은 못 해도 미약하게나마 발전을 한다 여겨지면 이 프로그램은 기존 볼 수 없는 최고의 칭찬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배우학교>는 다큐멘터리 요소와 예능적인 요소가 혼재하는 스타일이며, tvN의 자랑거리인 ‘병맛코드’가 있어 젊은 시청자에겐 최고의 몰입도를 줄 만하다. 젊은 시청층이 아니더라도 세대별로 고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각 요소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다양하다는 점.
지금은 어느 정도 대중이 ‘병맛코드’에 익숙해져 새로운 프로그램에 병맛 요소가 있어도 그게 우수하지 못하면 외면하기 일쑤인 시대지만, <배우학교>에 사용된 ‘병맛코드’는 반드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 몰입할 수밖에 없다.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까지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최고의 상황에서 상황을 역전하는 반전 자막과 음악을 쓰는 순간 예능적인 효과는 폭발하는데. <배우학교> 1화에선 여지없이 최고의 비율로 그것이 쓰였다.
박신양이 진지하게 유병재를 닦달하는 순간은 시청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왜? 그 긴장감은 시청자가 직접 마주하는 긴장감과 비슷했었을 테니. 또는 그런 긴장감 속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데, 유사 상황이 생기므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유병재가 쓰러지기 직전 악마처럼 강하게 몰아붙이던 선생님이 천사처럼 보살피는 모습은 무조건 몰입될 수밖에 없던 장면이다.
‘병재야 가자’라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패러디한 자막과 음악이 쓰이고, 실제 그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모습이 연출되자 시청자는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상황이지만, 남태현이 더워 죽을 것 같아 진지한 상황을 깨며 움직일 땐 그의 소속사 양현석 사장의 ‘악마의 연기’ 음악을 튼 장면은 폭소케 한 장면.
<배우학교>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자막 또한 큰 매력. ‘병재야 가자’뿐만 아니라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은 빵 터지는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남태현이 조로를 이용해 머리를 감는 모습을 ‘머리에 물을 주거나’로 표현하고, 마땅히 다른 방법을 못 찾은 출연자가 물을 끓인 솥에 머리를 담그자 ‘머리를 삶게 될 겁니다’란 자막은 포복절도할 장면.
이처럼 수많은 매력이 있는 <배우학교>는 무조건 잘 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 시청률도 좋게 나왔다. 아니 기대를 덜 한 시청자의 유입이 적어서 그렇지 앞으론 더 좋은 시청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 <배우학교>다.
진지하게 연기수업을 통해 인생을 가르치는 학교는 매력 있을 수밖에 없고, 실제 회생 불가능하다고 낙인 찍은 출연자들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에 시청자는 열광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