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예측 불가능한 미래.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미래로 여행을 떠나보는, 내 인생 미리 보기 프로젝트’라는 컨셉으로 방송한 MBC 파일럿 예능 ‘미래일기’는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그러나 정규편성을 위한 접근으로 본다면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같은 인물을 오래 쓸 수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자리한다. 이미 한 인물이 미래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신비로움이 떨어지기에 장기 출연이 힘든 점이라 할 수 있다.
강성연이 남편인 김가온과 출연해 다시 미래로 여행할 수 있다면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지만, 그것이 익숙하므로 다가온다면 현재의 반응까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은 당연하기에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입장에선 모험일 수밖에 없다.
제시 또한 같이 늙어버린 어머니와 마주한 모습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한계는 드러났다. 시청자도 한 번은 감동이겠지만, 그 감동이 계속해서 눈물샘을 자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세 팀 모두 반응은 좋았다. 안정환은 시간의 소중함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줬고, 제시와 어머니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알렸다. 또 강성연은 남편과의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기에 시청자 대부분은 좋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안정환과 강성연은 계속해서 출연을 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특히, 안정환은 다른 출연자에 비해 예능적으로도 의미 면에서도 만족을 시켰기에 반응은 폭발적이다.
안정환은 예능적인 면을 가장 완벽히 충족시켜준 인물. 80세에도 축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하나 이해되는 발상에 꼬마들과 축구를 하는 모습은 많은 웃음을 준 장면. 게다가 독거 노인 컨셉으로 반려 로봇과의 호흡까지 좋았으니 반응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김성주와의 남다른 호흡도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음으로 양으로 이번 파일럿에서도 좋은 호흡이 보였다.
독거 노인 컨셉이라는 부분에서는 울컥해 ‘그런데 왜 독거야~ x’라고 욕하는 부분도 그라서 더 특별한 웃음을 준 장면. 미국인 청년과의 대화라든가, 과거 축구협회장이라든가 컨셉잡기는 그가 보여준 예능적 가능성이기에 시청자는 더욱 그의 모습에 환호하고 있다.
툴툴거리는 모습도 있지만, 시청자에게 그가 만족을 주는 점은 그 상황에 시청자가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많은 부분 우수한 예능의 모습을 보인 <미래일기>. 단점이라 할 부분은 앞서 말한 대로 인물을 계속해서 쓸 수 없다는 한계점. 거기에 또 하나의 단점은 컨셉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정환이나 강성연. 제시. 누구 한 명 똑같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염려되는 점은 너무 슬픈 코드가 전반에 깔렸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 시청자는 감동했지만, 그 감동이 오래가지 않길 바라고 있다. 슬픈 코드가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또한, 이미 프로그램의 컨셉이 신비로움은 깨졌기에 그를 이어 나오는 인물이 그 신비로움을 채워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좋은 상황은 못 된다.
그래도 <미래일기>가 정규편성이 된다면 고쳐야 할 부분은 있다. 우선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멤버를 캐스팅해야 한다는 점.
단순히 특수분장한 미래의 모습이 충격적이어서 놀라기보다는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인물이 필요하다. 안정환을 예로 들면, 그가 부족하다고 느낀 ‘친구 사귀기’나, 같은 상황이 된 인물이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기’ 등 좀 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일기>라는 프로그램이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선 시즌제도 고려해야 한다. 한 인물이나 팀의 한 시즌을 5회 분량으로 끊고, 후속 시즌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시즌제도 시청자에겐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반응이 좋다고 같은 인물로 너무 오래 써 프로그램을 지속하려 한다면 좋은 시즌제 프로그램을 잃는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