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하루에 한 명 보내기. 하루에 한 스타 괴롭히기. 하루에 한 그룹 안티짓 하기. 하루에 덧없는 기사 하나 써 마녀사냥 유도하기. 등등…
요즘 TV연예란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이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언론이며, 그 현상을 뒷받침하는 데 공헌을 하는 동조자는 네티즌이다.
특히, 이 현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는 선을 항상 지나치게 넘는다는 점 때문이다. 또 균형적인 시선이 아닌 편협한 이유로 비난한다는 점에서 보기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5월 19일 자 ‘오늘의 먹잇감’은 배우 이민호다. 오늘은 어떤 먹잇감을 던져 줘야 네티즌이 신나서 물어뜯을까? 하는 배려심(?) 깊은 모 언론매체는 단독으로 이민호의 병역 관련한 기사를 내보냈다. ‘현역이 아닌 공익요원으로 근무한다’는 공격하기 좋은 꼭지로 먹잇감을 던진 것.
이 먹잇감이 비난하기 좋아 보이는 이유는 ‘단독’을 달았다는 점과 ‘현역이 아닌 공익교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단독’의 무게는 꽤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뭔가 ‘현역이 아닌 공익요원’이라면, 언급된 스타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댓글의 분위기는 무척 안 좋다. 이민호가 마치 부정을 저지른 것 같은 분위기의 댓글이 대다수다.
문제는 이 댓글에 좋지 않은 세력이 붙는다는 점. 각 포털 같은 기사에 공통적으로 달린 첫 댓글은 ‘규현은 교통사고로 목숨 잃을 뻔했는데 현역이고 ㅋㅋ~’라는 댓글이 달려 있다. 이어 현역 갔다 온 스타들을 열거하고 이민호는 왜 현역 안 가느냐는 반응도 있다.
이 댓글이 문제인 것은 비판이 아닌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규현 팬일 수도 있는) 스타는 가는데 왜 다른 스타는 안 가느냐는 억지성 시샘 댓글이라는 점에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날아다니고 CF에서는 파쿠르도 하더만 철심때매 공익이라 ㅋ 웃고 갑니다”라는 댓글도 있다.(파쿠르(Parkour)는 다양한 장애물을 활용한 이동 기술)
이 또한 무척이나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날아다닌다고 현실에서도 날아다닌다는 유아적 상상을 한다는 점이 어이없는 부분. 게다가 이민호가 하는 CF 속 파쿠르는 대역을 썼다는 명확한 표시를 했음에도 억지를 부리는 건 이해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 안 하려는 억지스러움이 황당할 뿐.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억지성 주장으로 그가 공익요원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철없는 네티즌이 드라마에서는 액션 씬을 하면서 왜 현실에선 공익을 가느냐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상황에선 교통사고를 당한 후 철심을 박은 상태에서 판정받은 것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던 문제여서 그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병역의무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판정을 받는 것이고, 어떤 형태든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그걸로 충분한 일이다.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고 안 가려는 못난 자에겐 후한 그들이 왜 순리를 따르는 이에겐 이토록 공격적인지 그것이 한심할 수밖에 없다.
꼭 현역으로만 가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은 이치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그를 현역으로 가게 하려는 것은 못 돼 먹은 심보일 수밖에 없다.
설현과 지민에 대한 과도한 매도.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시기에 실명이 거론되고 그것도 모자라 범죄자 취급받는 유상무. 그리고 ‘오늘은 너다’ 식의 언론의 이민호 비난 유도 기사와 그에 동조하는 네티즌의 반응은 혐오스러운 면이 아닐 수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