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일부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 있지만, 일부라고 보기 힘든 대중의 미개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세계적으로 창피할 초대형 사건이 일어나도 주위에 파리 한 마리 풀어놓으면 그 파리에 정신 나가 파리만 욕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중이니 그 미개함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온 나라가 ‘박근혜 게이트’와 ‘최순실 게이트’로 예민해진 상황에 최순실과 끈끈한 연관이 있다는 고영태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영태의 과거 사진에 배우 박해진이 있다고 이상한 추측을 하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에겐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심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따져 관심을 둬야 하는 게 올바른 대중의 모습이나, 대중은 나라가 파탄 난 시점에서도 배우 한 명에 관심을 가지며 억측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대중은 고영태와 찍힌 박해진 사진을 두고 ‘사진이 합성인 건 아니잖느냐’ 말하고 있고, ‘무슨 사이인지 해명을 안 했다’며, 오해가 아니라고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 추측에 대해서 배우가 일일이 대응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에 박해진이 나설 수 없는 분위기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부 대중은 자신의 추측에 대한 해명을 바라고 있다.
대중은 우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우매할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에 예민한 부분이 읽히지 않고 파악이 안 될 때 우매한 단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배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우매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으나 현 대중은 그렇지 않다.
그저 추측하는 사안에 끼어 그 사안을 가지고 조롱하는 정도가 대중의 모습이니 우매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
박해진은 어떤 오해를 받든 수년간 누구도 하기 힘든 정도의 길을 걸었다. 과거 어떤 오해가 있었어도 자신이 할 일만 하며 나아간 것이 그다.
한국이나 중국에 누구도 하기 힘든 기부 릴레이를 하고, 늘 약자의 편에 섰다.
세월호 사건이 있을 때에도 박해진은 노란 리본을 달고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섰다. 남을 조롱하기 좋아하는 대중과는 다르게 올바른 길을 걸어온 것이 그다. 이후에도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며 노란 팔찌를 차고 다녔다. 늘!
그러나 고영태는 박해진과는 다른 추악한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나라를 파탄 나게 한 최순실과 박근혜의 종교적 인형놀이에 밀접히 관련된 인물로 그가 밝혀야 할 사안은 많다.
그런 고영태에 대한 관심은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이어져야 하고 요구도 해야 하는데, 대중은 그 관심을 박해진에게 돌린 것이다.
‘고영태와 무슨 사이인지 해명하라’는 말을 하는 대중이 미개해 보이는 까닭은, 지금 파헤쳐야 할 최순실과 박근혜 게이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에 대해 해명을 하라고 하는 것이기에 미개해 보이는 것이다. 관련도 없는 엉뚱한 이에게 해명하라고 하니 바보로 보일 수밖에!
또한, 대중은 이와 관련 지어 과거 군면제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고 하고 있다. 이미 몇 번을 해명하고 오해가 풀린 사건을 두고 해명하라고 하니 더 미개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바른 대중이라면 화력을 모아야 할 사건에서 시선을 돌리는 행위를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중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정권에 비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이자 ‘박근혜 게이트’인 이번 사안에 새누리당은 공범이면서도 공범이 아닌 척하고 있지만, 그들을 두고 국민은 공범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사실. 문제는 박근혜 게이트에 몰입할 시기에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는 대중 또한 공범으로 보이기에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박해진은 이번 사안에 1%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왜 그가 이 시기에 비난을 받아야 하고, 왜 그가 실시간 검색에 올라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대중은 지금 박근혜 게이트를 덮는 앞잡이로 전락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