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다. 그랬다 ‘무한도전’은 간절히 바라고 바래온 온 우주의 힘을 받아 자막을 만들 수 있었다. 오방색 풍선은 온 우주급 힘을 줘 103kg인 정준하를 우주로 보낼 힘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허황된 ‘온 우주교’의 힘은 ‘무한도전’을 도왔다.
<무한도전>의 이번 ‘우주 특집’은 오랜 기획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직접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사실 허황된 계획으로, 그를 믿을 만한 대중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허황된 기획은 현재 가장 허황된 사실을 표현하며 그 어느 때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우주를 향하기 위해 화성 급 무중력 훈련을 받고, 달 급 무중력 훈련을 받는 등 무중력 훈련에 임했다. 예능에서 표현할 수 있는 황당한 테스트가 바로 풍선으로 무중력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고, 이는 예비단계의 테스트이기에 웃으며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예능적으로만 테스트를 한 것은 아니다. 직접 러시아로 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는 실제 훈련을 하며 재미와 함께 호기심도 풀어줘 기믹이 아님을 보였다. 시청자는 과학적인 상식까지 얻을 수 있었다고 반응하고 있으니 나름 방송 외적 호기심은 충족해 준 것으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무한도전>의 우주 특집은 단순히 풍자를 위한 기획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당한 메시지를 넣는 것은 양념 이상으론 쓰일 수 없기에 우주 특집을 예능적인 면과 상식적인 면을 더해 표현해 좋은 특집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그들이 연출한 ‘우주 특집’은 시청자가 상상하는 대로 풀어내도 재미는 있다. 누구나가 알 수 있었듯 자막에서 보인 풍자 메시지는 시국을 한탄하며 조롱하기에 좋은 웃음거리였다.
<무한도전: 우주 특집>을 통해 보인 자막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상황극 속에 묻어난 여러 메시지를 통해 자막과 연결하는 재미는 수월찮은 재미를 준 것이 사실.
김태호에게 혹성탈출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생겼다고 했다가, ‘지는’ 소리를 듣고도 모른 척하는 박명수는 ‘불통왕’으로 그려졌다.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이 향하는 메시지는 현 시국에선 박근혜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엇을 바라든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니 당연.
또한, 유재석은 박명수를 풍선에 꿰어 날리려 하자 박명수가 쫓아가는 장면에서 나온 자막, 안경 사수하러 ‘자진 출두’ 메시지는 최순실을 생각게 하기 충분했다. 최순실이 아니더라도 박근혜가 누구에게 알아서 충성하려 대국민 사과를 녹화본으로 뜬 것이 연상되기도 했다.
또 ‘독불장군의 최후’라는 자막은 박명수가 말을 안 듣고 넘어진 부분에서 나온 자막으로 현 시국에서 그 누군가를 생각게 한 자막이기도 했다.
‘풍선이 모이고 모여… 장관급 된 듯한 풍경’이란 자막은 장관 차관을 직접 말하기보단 간접적으로 오방색 풍선이 모이고 모여 자격 없는 장관이 만들어졌다는 메시지로도 보여 흥미롭던 장면이다.
박명수가 풍선을 한 손에 잡고 있는 모습에 ‘외계인의 급습’이란 자막을 삽입하고, 하하가 명수 사타구니를 공격하는 모습에선 ‘외계 침공 막고 다시 찾아온 평화’라는 자막이 등장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또 박명수가 “온 나라가 웃음꽃이 피고 있어요”라고 하자 ‘요즘 뉴스 못 본 듯’이라고 쓴 자막은 직접적으로는 물정을 모른다고 하는 듯했지만, 돌려 보면 ‘온 우주급 종교’(영생교 또는 신천지)에 심취한 그분이 하야나 탄핵 정국이 된 사안을 모르는 듯한 상황을 표현한 듯 보여 흥미롭게 읽힌 장면이다.
가장 큰 임팩트를 준 건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이라는 자막과 함께 우주로 향하는 듯한 멤버의 모습은 그녀를 생각게 했고, ‘순식간에 두둥실’이라는 자막은 자막에 나온 앞 글자와 뒤 글자를 조합해 최순실이 생각난 건 우연이라도 시원한 풍자로 보였다. 이어서 ‘성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자막은 시청자 모두를 포복절도케 한 장면이었다.
뒤이어 내려 달라는 박명수의 간절한 호소에 ‘알아서 내려와’라는 자막과, 내려주지 않자 욕지거리를 하는 박명수를 ‘다 함께 힘을 합쳐 끌어내리는’이라는 자막은 많은 우연의 겹침으로 더 강력하게 풍자처럼 느껴져 시청자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풍자의 힘. <무한도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표현방식이라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