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유명 스포츠 스타의 방송가 진출은 이제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름값’ 하나면, 한동안 써먹을 수 있기에 기획사들은 능력 따윈 보지 않고 유혹을 한다.
과거 스포츠 스타의 방송계 진출은 참 힘든 일 중 하나였다. 가장 성공했다는 강호동이 진행자로 승승장구하던 것은 이경규의 안목 때문이었지만, 이경규의 안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다.
이 말은 이경규를 비판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 그가 나쁜 의도로 기대주를 키운 것은 아닐 테니. 하지만 그가 의도치 않게 부작용을 낳은 건 시간이 흐른 현재 ‘깜’도 아닌 이들을 너도 나도 캐스팅해 방송계에 꽂아 넣는다는 점에서 나비효과를 유발시킨 이 정도론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경규와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 낸 곳은 <무한도전>과 유재석이기도 하다. 역시 그들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낳은 나비효과는 서장훈이라는 반짝 스타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유재석과 하하, 김영철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는 서장훈과 현주엽은 방송계에서 꾸준히 활약을 하고 있어 안 좋은 나비효과를 유발시킨 주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사실 문제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이들이 아니다. 그 나비효과의 수혜를 보고자 하는 기획사들과 자신의 능력은 생각지 않고 욕심부리는 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
<무한도전>에서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 캐릭터를 유재석이 살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고, 부인할 때 쓰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등의 유행어가 그를 유명하게 했지만, 그런 캐릭터는 그의 능력과는 별개의 것이었기에 <무한도전>을 벗어난 캐릭터로 장수하는 걸 자제했어야 했다.
이후 김구라와의 인연으로 <사남일녀>에 캐스팅되고, 또 <세바퀴> 고정을 하며 방송계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인 그는 윤종신의 미스틱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더 많은 방송에 패널과 진행자로 출연하며 덩치만큼 많은 곳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가 현재 하는 프로그램은 <미운 우리 새끼>와 <꽃놀이패>, <예능인력소>, <아는형님> 등이 있으며, <닥터하우스>, <닥터고>에도 진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허나 문제는 그가 진행자로서. 예능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큰 능력이 없다는 데서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능력은 안 되는데 프로그램 수만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좋게 볼 수 없는 것.
그는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독보적인 자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투덜대는 역할과 리액션. 그리고 남들 하는 것에 몇 마디 거드는 정도가 그가 하는 모든 것이다. 김구라의 진행 스타일을 배웠지만 정작 김구라의 전문적인 깊이감은 배우지 못하고 껍데기 같은 거드름만 배워 활동하고 있는 것이 그이기에 프로그램을 늘려 갈수록 거부감이 심해지고 있다.
타 진행자들의 문제점이기도 한 문어발 식 활동은 어느 정도 실력을 기반한 활동이기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조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서장훈은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활동을 넓혀가고 있기에 거부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전현무나 이수근 등이 프로그램 수를 늘릴수록 생긴 거부감 때문에 시청자는 피로감을 느꼈고, 이제 서장훈도 같은 케이스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소속사 미스틱 측의 무리한 욕심일 수 있지만, 그 스케줄을 따라 영혼 없이 움직이는 서장훈의 문제도 있기에 거부감은 커져가고 있다.
같은 스포츠 스타 출신으로 비교해 보자면 그는 안정환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진행 능력을 보여 더 능력이 부족하다 여겨질 수밖에 없다. 안정환을 특수한 케이스로 놓고 볼지라도, 서장훈의 방송인으로서의 능력은 보잘것없는 게 사실이다.
능력이 있다면야 그가 사실 몇 개의 프로그램을 한들 강한 비판은 하기 힘들지만, 그는 뛰어난 자기만의 능력 없이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지인과 방송 관계자. 그리고 예능에 많이 꽂아 넣을 수 있는 기획사의 힘으로 문어발 식 진행을 맞고 있어 거부감을 주는 것.
그에게 바랄 것이라면 자신과 맞는 프로그램을 택할 것과 적극적인 능력 함양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기회가 왔으니 배를 띄워 노 젓는 것이라면 비판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한두 프로그램으로 관심의 대상이 아닐 땐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능력 이상 욕심을 부린다면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