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예능 ‘나혼자산다’의 기안84 왕따 논란의 근본적 문제는 기안84를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여기는 출연자와 스태프의 태도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 듯싶다. 마치 관심병사를 다뤄야 한다는 듯. 일단 보호해야 하는 미숙아 정도로 여긴다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실질적으로는 보호도 안 하면서 말이다.
‘마감샤워’를 해준다는 것도 동료로 인정해서이기보다 보호자도 아닌 보호자의 입장에서 기계적 축하 파티를 해줘야 한다는 기획으로 보면 정확할 듯하다. 진정한 동료의 우정 관계가 아닌. 프로그램에서 만난 비즈니스적 관계의 축하파티를 해준 듯한 께름칙한 모습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첫 방송에서 큰 논란이 일자 ‘마감샤워’를 ‘현무, 기안 여름방학 이야기’로 얍삽하게 바꾼 제작진의 모습은 더욱 실망할 일.
기안84는 그들을 동료로 여겼고. 우정 관계로 여겼지만. 그가 생각한 동료는 정작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 정도로 기안84를 대했기에 그런 잔인한 장면도 연출된 것일 게다.
프로그램 전반을 방송하면서 생긴 논란은 역대 가장 심각한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기안84가 10년간 선보인 웹툰의 최종 마감 기념을 위해 ‘마감샤워’를 해준다고 했지만, 몰카인 것으로 방송되자 시청자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단순히 몰카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행태 자체가 전형적인 왕따 행위처럼 보였기에 문제였고. 곪아 온 <나혼자산다>의 문제를 가장 완벽히 드러낸 부분이기에 문젯거리였다.
그렇다고 기안84가 마감샤워를 해달라고 떼쓴 것도 아니고. 자진해서 뭔가 기안84를 위해 해준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기획한 촬영분에서조차 성의가 안 보였으니 시청자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 것이다.
물론 자신의 이름을 딴 일회성 기획이 있길 바란 것은 있다. 여러 스타가 출연할 때 간혹 자신이 주관할 콘텐츠에 참여해 줄 것을 농담 반 진담 반 했기에 바랐다 말할 수 있지만. 그건 프로그램이 아닌 자신만의 독자적 콘텐츠를 위한 바람이기도 했으니 꼭 프로그램에 바란 것만은 아니다.
기안84는 마감샤워가 아니더라도 동료 멤버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나래 여름 학교’, ‘시언스쿨’, ‘현무학당’ 촬영에 무척 기뻐하며 진심으로 몰입한 바 있다.
그에 비해 애정하는 동료로 생각한 그들은 정작 동료로 보지 않은 듯. 약속을 쉽게 어겼다. 스케줄이 미리 있었다고 둘러 댈 수 있지만. 그건 성의가 부족한 변명일 뿐이다. 마감샤워를 꼭 그날 갈 필요도 없었고. 기획한 멤버 간 스케줄을 맞추면 됐지만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전현무와 박나래가 서로 스케줄이 안 맞을 수 있지만. 그건 조정을 하면 된다. 서로 스케줄 비는 날을 맞추면 될 일. 1년 꽉 채워진 스케줄도 아닌 데 맞추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시청자와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일회성 논란 때문이 아니다. 그간 반복돼 온 하대 때문이다. 행동 패턴이 그들과는 조금 다른 기안84의 엉뚱함에 미숙아적인 행동이라 여겼는지 하대한 장면들은 은근히 많았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왕따 장면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면 정확하다.
뭐만 하면 ‘아이고~’라며 탄식을 하고. ’하면 안 되는 데 사고 쳤네’ 식으로 기안84의 행동을 웃음 삼았다. 특히, 박나래의 기계적 리액션 멘트들은 성의 없음을 넘어 방송인 자질을 의심케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시청자가 그냥 넘겨봤을 뿐.
개인적으로 잘해 줄지는 몰라도 방송 촬영 분에서는 구박하는 장면들도 많았다. 전현무의 구박과 이시언의 구박은 다른 차원의 구박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현무는 귀찮음이 묻어나는 구박처럼 보였고. 이시언의 구박은 투덜거림이 있어도 친구와 동료 간의 우정에서 나오는 구박처럼 보였기에 시청자의 반응도 달랐다.
시청자가 샤이니 키와 화사에게 특히 분노를 표출한 건 어린 출연자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출연자를 하대하고 싫어하는 느낌을 보인 것 때문일 게다. 해당 방송분에서 키는 걱정해주는 듯하면서도 뒤로 먹이는 듯한 억양의 감정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진짜 실망했나봐’, ’엄청 기대했나 보다’라고 한 것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화사는 더욱 심각했다. 엉뚱하지만 성의껏 준비를 한 기안84의 행동들에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낸 정도였다. 예능으로 풀어 보기 위해 준비한 폐가를 보고 ‘찜찜하다’ 외친 것도 그 정도가 심했고. 농사를 지으면 있을 수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도. 그걸 왜 준비했느냐는 식으로 ‘너무 싫다’를 외친 장면은 최악의 장면이었다.
어차피 마을회관에서 잘 것으로 준비해 놓고 간 마감샤워 여행이었고. 예능적 풀이가 있을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할 방송인들이. 대하기 쉽다고 생각한 한 멤버에게 막 대하는 듯한 모습은 어딜 봐도 무례한 모습들이었기에 시청자의 분노는 이해되는 부분이다.
단체 티를 만들고. 장기자랑을 대비하고. 준비물을 준비한 기안84의 노력을 보고도 미안함은 없이. 고작 그 정도냐는 듯 대하는 모습이 좋아 보일 일은 없기에 질타는 피할 수 없다.
개인적인 친분이 끈끈한데 이런 논란이 황당하다는 듯한 제작진의 인터뷰 또한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상대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몰카 콘텐츠를 만들고도.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도 의도한 것과 달리 해석한 부분이 억울하기만 하다는 듯한 태도는 시청자와 대중을 분노케 한 결정적 장면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해당 왕따 장면들을 왕따라 여긴 건 너무도 흔히 목격하는 왕따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심각했는지, 일부 대중은 힘들여 숨겨두었던 트라우마까지 살아나 고통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이 또한 충분히 이해될 일.
게다가 핑계라고 댄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때문이었다고 하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그 핑계라면 전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조차 없다. 스튜디오 촬영 장면에서 나온 6인 촬영 장면은 그런 말이 핑계라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스튜디오 촬영은 6인뿐만 아니라 촬영 스태프와 제작진이 최소 2~30명은 있기에 핑곗거리라 할 수밖에 없다.
‘마감샤워’를 해준다고 해놓고 몰카 놀이로 깊은 상처를 주고. 실망감과 상실감을 준 건 지탄받아야 할 사안이다. 총대 맨 전현무가 기분을 풀어줬다고 한들 타 멤버가 왕따를 한 사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제작진의 사과문에서 드러나듯. ‘마감샤워’를 ‘현무, 기안 여름방학 이야기’라 바꿔 편집한 얍삽함에서 보듯. 제작진의 진정한 반성은 없어 보인다.
그런 제작진의 얕은수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고 있는 시청자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계속 문제 삼을 것이다.
진정 반성을 한다면 제작진의 바른 의식 전환이 필요하며. 멤버 및 진행자 교체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기안84처럼 시청자에게 귀한 캐릭터를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진행자가 필요하다. 겉치레 친절함과 기계적 걱정을 표하는 리액션 전문가가 아닌 진행자로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