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해체된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의 재결성을 추진하려 한 팬덤의 노력은 약 32억원의 펀딩 결과로 나타나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를 충격이라 하는 건 팬덤의 펀딩 문화가 유래 없는 재결성 가능성을 낳았기 때문. 실제 해체를 결정한 바 있는 CJ ENM이 팬덤의 바람에 따라 재결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에 팬덤은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팬덤 위즈원이 재결성을 위해 펀딩을 추진한 건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진행됐으며. 이 펀딩은 ‘평행우주 프로젝트’로 4월 21일 모금 개시 후. 단 20분 만에 목표액 10억원을 돌파해. 현재까지 약 32억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이 펀딩이 놀라운 건 팬덤이 실제 그룹의 해체를 무위로 돌리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1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를 소환한 팬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이 펀딩을 낳은 거름이기도 했다. 플랫폼이 된 YG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과 추진력이 팬덤의 성원과 반응해 결국 모범 사례가 됐고. 이후 팬덤이 직접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움직인 케이스. 기획사가 아닌 또 다른 플랫폼을 통해 재결성을 추진해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보게 했다는 점은 놀라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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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CJENM> |
CJ ENM이 아이즈원을 해체한 배경은 다양하다. Mnet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학교’의 순위 조작 논란을 통해 엉망이 된 분위기를 정리하고자 한 이유. 연장 계약에 대한 각 소속사와의 이견. 무엇보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그룹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못 이긴 선택 차원의 해산으로 보면 비교적 정확할 일.
그러나 정작 스케줄대로 해산이 되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입장은 그 모두가 되었다. 첫 번째 아쉬운 건 펀딩을 진행한 팬덤일 테고. 이어 그 당사자 멤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일방적으로 해산이 된 이후 활동을 아예 못하니 손해는 직접적이었을 것이다. 멤버 개인을 넘어 이견을 보였던 소속사 모두가 큰 타격을 받았고. 해산을 결정한 CJ ENM도 마땅한 후속 그룹이 없어 타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했지만. 뒤를 잇는 히트 프로그램은 없어 아쉬웠던 입장이 CJ ENM.
도의적 차원이든. 직접적 반성의 차원이든. 일단 CJ ENM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논란의 그룹을 해산해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자신들이 주도한 게 아닌. 순수 팬덤의 재결성 추진으로 아이즈원 재결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은 자연스레 확산돼 정당성까지 얻었다. 게다가 각 소속사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들이다.
아이즈원 멤버들도 이대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클 것이다. 딱히 각 소속사에서 후속 활동을 보장받은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활동에 큰 제약을 가진 covid19 시국에 더 좋은 선택은 없다. 수익을 꼬박 가져다주는 캐시카우를 마다할 소속사는 없을 것이고. 정당성까지 확보한 CJ ENM이 마다할 이유 또한 없다.
팬덤이 추진한 펀딩 금액은 CJ ENM 차원에서 쓰지 않는 것이 이롭고. 그렇게 할 것이라 일단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속 연장의 기획사가 투자와 수익을 전담하는 것이 룰이고. 배분도 전담하기에 단일 창구 차원에서 불편함을 배제한 채 운영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기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펀딩액을 만약 CJ ENM이 집행하는 것이라면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기에 재결성을 결정했다면 독자적 운영을 하는 것을 권할 수밖에 없다. 투자 수익을 팬덤에 돌려주는 것도 복잡하고. 훗날 논란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에 이를 잘라내고 시작하는 건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사그라지지 않는 인기 팬덤 위즈원의 힘을 유지해 아이즈원을 재결성하는 선택은 모두에게 큰 이익을 준다.
다만. 이와 더불어 반드시 수행해야 할 도덕적 임무는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피해를 받은 이가은을 구제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꼭 ‘아이즈원’이 아니더라도 피해자를 위한 구제 차원의 안정적 예능 프로그램 투입을 통해 스타 만들기 노력은 있어야 한다. 국민의 픽이 옳았다는 것을 책임 증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마다하지 않고 의무를 다해 이가은도. 아이즈원(IZ*ONE)도 성공하길 바란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