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돈 많은 사람은 풍자도 하지 말라는 세상일까? 남들보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뭔 사회 불만이 그렇게 많은 것이냐 핀잔을 주는 세상. 정권의 잘못된 정책이라도 수혜를 입었으면 정권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세상. 이런 세상도 옳다는 저급한 기자들이 포털 기사 란을 더럽히고 있다.
자기 딴에는 엄청난 논리왕인 척하지만. 극히 상식적인 시선에서 판단한다면 해당 지적을 한 기자의 논리는 무식왕 수준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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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MBC> |
고작 내세우는 논리라는 것이 ‘40억 건물주이면서 앞뒤 다른 아이러니한 사회적 풍자’를 한다고 하는데 논리는 1도 없는 무식한 지적질이라 한숨이 나온다.
해당 기자(?)는 기안84가 그린 네이버 웹툰 <복학왕> 343화 중 ‘인류의 미래 2화’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표현 중 ‘너무 많은 갈등’, ‘너무 비싼 집값’, ‘코인 뿐인 희망’, ‘끝도 없는 갈등’ 대사가 사회적 문제를 꼬집었다 말하고. 그런 지적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하며 삼천포로 빠졌다.
기안84가 풍자한 ‘너무 많은 갈등’은 남녀혐오 사회 문제적 갈등을 말한 것이고. 이어 여러 형태의 갈등인 ‘싸움’과 ‘이혼’을 풍자한 내용이었다.
‘너무 비싼 집값’은 극히 현실적인 서민의 고충이자. 전 국민의 고충인 부분을 지적한 풍자. 전세가가 1억 이상 오르고. 집값은 수억수십 억이 올라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세대의 고충은 말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그 지적은 없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듯 비판한 기자의 정신은 어떠한 정신상태인지 되묻고 싶어지게 한다.
‘코인 뿐인 희망’은 너무 비싼 집값이나. 벌어지는 빈부격차에서 생긴 요행 심리에 대한 풍자로. 고통을 겪는 20대~40대의 아픈 심리를 대변한 풍자다. 그런데 기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표현했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이기에 기자를 질타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난 회를 통해 “집도 없으면서 결혼까지 하려 하느냐… 집 사려면 평생 노예처럼 일반 해야 한다… 집값은 이미 하늘을 뚫고 가버렸다”등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며. 유독 집값 문제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기안84는 ‘40억 건물 소유주’이면서도 어떻게 비판할 수 있느냐 똑같은 지적을 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대중은 ‘왜 기안84가 말을 못 해야 하느냐’ 반박하는 모양새다.
기안84가 풍자한 내용은 지극히 현실인 사회의 한 모습을 담아낸 것이고. 웹툰을 통해 사회 풍자를 한 것뿐인데. 마치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니 대중은 황당한 것.
일부 대중은 웃기는 게 목표인 웹툰이 되어야 하는데 웃기지는 않고 사회 풍자 요소만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무식한 소리. 기안84가 그리는 <복학왕>이라고 해도 그건 우리 사회의 일원 중 한 명의 삶이 그려진 형태의 웹툰이다. 현실적 상황에 부딪혀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잘못됐다고 하는 듯한 지적은 잘못됐기에 일부 대중의 지적도 올바르진 않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웹툰이 꼭 웃기는 내용만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20~30대가 코인을 할 수밖에 없고. 주식에 빠져야 하는 상황. 집이 없어 대출을 해야 하지만 대출도 막힌 저주받은 세대. 그 모든 것들은 정권의 정책 실수에서 나온 것인데. 그 실수를 눈감아 주고자 그를 지적하는 이의 입까지 막으려는 심사는 뒤틀려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0억을 가진 이는 서민의 고충을 무시해야 하는 것일까? 기자의 논리라면 잘 사는 사람은 서민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고 그저 돈에 눈이 멀어 살아도 된다는 소리로 들려 한숨이 나온다.
본인 건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집값 폭등을 비판하니 괴리감이 든다는 멍청한 논리를 들이댈 수 있다니.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또 그게 왜 다수의 네티즌의 입장이라는 것인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입장을 꾸며 말하는 기자는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기에 질타는 피할 수 없다.
또한, 기안84가 침착맨 유튜브에 출연해 “잘 먹고 잘 사는 축에 들어가니 약자 편에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기만이 됐다”며 “이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고 발언한 것과 앞뒤가 안 맞는 맥락의 발언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고민도 없이. 또 그런 고민을 외면하는 게 맞다는 듯한 기자의 딴지걸기는 시비를 위한 시비로 보여 한숨이 난다.
기안84의 풍자가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냐 하는 논리도 정상적이지 않다.
기안84를 지적하는 기자의 정치적 편향성은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지만. 특히 달을 가리키며 비판 풍자한 게 잘못됐다는 등의 언급이 있는 부분을 보면 기자가 애칭하는 달님을 향한 지적이 불편했기에 이를 비판한 것으로 보여 한심함은 커진다.
욕먹을 걸 알면서도 그를 무릅쓰고 서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사람이 더 나은지. 풍자도 달님을 향했다며 불쾌해하는 기자(?)가 더 나은지는 대중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라면 차라리 덜 웃기더라도 풍자를 통해 서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웹툰작가를 더 지지하고 싶어 질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