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 | 김영삼의 컬쳐홀릭] 지난 12월 초 방송인 김구라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구라철 시즌3’에서 예능에 진출한 배우들의 자세에 비판을 가했다. 김구라가 지적한 배우들의 자세는 좋은 이미지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쉽고 편하게 예능 촬영에 임하려는 모습을 비판하는 것으로, 공감을 살 수밖에 없다.
김구라는 “우리가 배우분들을 예능에서 많이 모신다. 배우 분들도 예능에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예능을 만나서 필모를 풍부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배우의 이름값에 비해 프로그램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배우분들에게 나름 한마디 드린다면. 우리가 그런 제안을 한다. 어려운 분들을 모시니 출연료를 맞추면서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배우분들이 착각 아닌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좋은 예도 있지만. 배우분들이 좋아하는 게 대개 김병만처럼 뭘 하고 싶다 이런 분들이 거의 없다. ‘그냥 뭐 이렇게 식당 같은 거 하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그건 이미 ‘윤식당’에 나왔잖나”라며.
“어디 친한 사람들하고 여행 가고 싶어요”라고 한다며. 이어 “즐겁지! 본인들은. 그런데 여행 프로가 너무 많잖아. 예전에 ‘꽃누나’ 같은 건 배우분들이 예능에 나왔던 게 많이 없는 거고. 지금은 많은 사람이 나왔는데. 그러니까 결국 했는데 좋은 의도와 달리 시청률이 안 나오는 거다”라고 했다.
“보면 어디서 본 것 같고 잔잔하게 가니까. 물론 예능이 인위적이고 이런 게 다는 아니지만, 뭔가 웃음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라는 말을 더했다.
마무리로 방송계 PD들을 향해서도 한마디 했는데. “관성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사실 안 된다. 그래도 카피를 창조적으로 하는 분들은 있다. 두 번째 세 번째까지는 되는데 죄다 그걸 한다. 안 된다”라며 최근 폭발적으로 제작되는 골프 예능에 대해서도 비판을 날을 세웠다. 하지만 잠시 화제를 모았을 뿐. 이후에도 추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
김구라의 발언은 사실 틀린 게 하나 없다. 배우가 이미지에 타격이 갈까 몸사리는 모습은 이어지고 있고. 좋게 보이는 것만을 보여주고자 예쁘거나 멋지게 포장된 예능을 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행하며 힐링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고. 요리하는 모습으로 가정적이거나 스윗한 모습을 보이려 하며. 공구를 들고 목공 하는 모습을 보이고. 스포츠에 능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모습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배우 출연 예능의 모습이다.
특히, 김구라도 언급한 예능에서의 여행 모습은 가장 안일한 범주의 출연 형태이기도 하다. 그의 언급에서도 나왔든 ‘꽃누나’ 시절은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을 꺼리는 시기였기에 무얼 해도 신선한 시도로 비쳤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수없이 제작됐고. 어지간한 스타는 예능에 얼굴을 비친 바 있다. 그렇기에 신선한 시도가 없다면 더이상 배우의 예능 출연은 보장된 시청률은 가져다줄 수 없기에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 시도는 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호하는 스타일은 여행과 ‘나혼자산다’ 스타일 류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슨 공식이라도 되듯 똑같은 스타일로 제작하고. 배우들도 그 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벼락치기 공부를 통한 스타일 연기를 해 거북함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배우만을 비판하기도 어려운 건, 무사안일한 방송사 PD들이 창조적이지 않은 카피만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방송사에서 히트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살짝 바꿔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능에 노출이 많지 않았던 배우를 섭외해 망하지 않을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받고. 조금이라도 능력은 있는 PD인 것처럼 사기성 커리어를 쌓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개선을 요구하는 입장에선 방송사 PD들의 제작 행태 개선을 먼저 요구할 수밖에 없다.
배우들도 출연을 먼저 바랄 수 있지만. 어차피 배우의 좋은 이미지를 통해 프로그램을 돋보이게 하려는 건 현장 PD들의 니즈에 의해 구현되기에 확실히 조율되지 않은 출연을 성사시키지 말라 권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측이 원하는 그림을 먼저 생각하고. 배우가 그 이미지에 부합할 때 출연을 성사시키는 것도 개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출연하는 배우를 띄울 수 있는 기획안을 들고 찾아가는 모습을 시청자는 보고 싶다.
안일한 제작의 목적이 있으니 배우도 안일한 출연을 원하고 받아들이는 것 아니겠나? 모험을 해야 고유의 콘텐츠도 생긴다. 김태호표 예능과 나영석표 예능이 나오는 건 모험이 성공해 안착했기 때문. 시도가 없다면 성공도 없다. 부디 방송사 PD들의 반성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이어지길 바란다.
김구라의 비판은 내부 반성으로 보면 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