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영화처럼 멋 있는 것이라면 아픔도 이겨내는 남자 이기영. 그의 현실은 온통 영화 속 세상을 축소해 놓은 듯 움직이는 듯 보였다. ‘패싸움의 달인’으로 <고쇼>에 출연했지만, 실상은 패싸움에서 우세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의협심 강한 남자일 뿐. 타고난 싸움쟁이도 아닌 것이 이기영이었다.
누구나 그를 보면 느끼는 것이 전형적인 마초 이미지일진데, 막상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면 영화에서 나오는 멋지고 강한 사내의 모습 보다는 의외로 허당 구석이 많은 이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존심이 강한 그는 누구의 수하가 되고 싶지 않은 탓에 최고로 잘나가는 프로그램의 유혹도 뿌리치는 일까지 했단다. 보통의 배우라면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 죽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텐데, 이기영은 누구의 수하인 것이 싫어서 마다했다는 말은 그의 성품을 알 수 있게 했다.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일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초적인 남성성이 사그라질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버릴 줄 아는 그는 영화 속 주인공과도 같았다.
의협심을 발휘해 좋은 일을 함에도 결과로는 항상 험한 꼴을 당해도 그것이 그저 좋아서 하는 이기영. 그런 캐릭터를 막상 찾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이기영은 영화 속 무모하리만큼 우직한 주인공처럼 자신의 길만 보고 달려가는 이로 <고쇼>를 통해 비춰졌다.
‘달인’. 그랬다! 그는 달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이 일 수밖에 없었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 코너를 할 때 김병만의 이미지는 매번 닥치는 미션에 능통한 달인이기 보다 불가능할 것 같은 것에 빼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 때문에 더욱 달인으로 칭송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을 성공했기에 붙여진 ‘달인’이었지만, 의미로서는 항상 도전을 해서 매 상황을 이겨내기 때문에 달인이라 할 수 있었다.
결과로는 그와 완전히 반대인 상황이지만, 이기영은 현실에서 달인과도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병만과는 다른 결과로 ‘항상 패하는 달인. 실패를 하는 달인’으로 선 것이 이기영의 매력이었다. 비록 ‘패싸움의 달인’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패를 하면서도 싸움에 임한 것은 달인의 성공 뒤에 숨겨진 실패한 도전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김병만 또한 달인으로 성공을 많이 하고 강한 모습을 보였어도, 그에게도 느끼는 아픔이나 감각이 있다고… 조금씩 보이는 아픔이 웃음을 줬다. 이기영은 김병만의 겉모습 보다는 속으로 삭인 아픔을 주로 맛 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달인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의협심에 불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학생이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이 자신이 생각한 상황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은 이미 늦어버린 시간. 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된 자신은 수술을 받으며 그래도 기품을 잃지 않으려 수면마취를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픔을 어찌 맨 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마취를 선택했다는 슬프고도 웃긴 이야기를 알려 큰 웃음을 줬다.
영화 속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의 강함과 고매한 기품을 가진 이기영은 살아가는 모습이 영화와도 같은 모습처럼 느끼게 했다. 자신이 항상 생각하고 있는 한 편의 영화 속 멋진 장면들을 위해 꾸준히 타협하지 않는 모습의 이기영은 천생 영화배우의 피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이로 보였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