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300회 무한도전 쉼표 특집은 감동과 눈물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8년을 한결 같이 시청자와 함께한 무한도전은 그들에게도 특별함이지만, 시청자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제 생활이 되어버린 프로그램. 그래서 쉽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위해를 가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프로그램을 건드린다는 것은 곧 시청자를 건드리는 것과 같은 것이니 더욱 그렇다.
<무한도전>은 이제 시청자 생활의 일부이며, 그저 한 프로그램을 누가 좌지우지 하기도 힘든 공유의 개념이 된 것은 파업기간 보내온 성원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무한도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최초 프로그램에 임하는 멤버 7인이 가장 우선시 되고, 그와 동시에 같이 호흡하는 제작진이 중요 구성체다. 거기에 이제는 시청자들까지 프로그램을 유지하게 하는 한 식구가 되었으니 더욱 이 프로그램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300회를 맞이해 그들은 작은 쉼표 하나를 남기고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시에 불투명한 미래지만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은 소중하기 이를 때 없는 시간이 됐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한 가족처럼 힐링 해주는 관계. 지나온 시간 속에서 추억으로 남는 울고 웃던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앞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동시에 서운한 것이 있다면 풀고 넘어갈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쉼표를 찍는 이 시간이었다. 그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한 번쯤은 나누고 가야 더욱 견고하게 <무한도전>의 톱니가 잘 맞아 돌아갈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시간은 소중하기만 하다.
멤버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간으로는 ‘텐트 토크’ 코너가 좋은 역할을 해 준 시간이었다. 이 텐트 토크를 통해서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상대에게 전하고, 풀어내는 과정은 일이 아닌 좀 더 유대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이야기가 된 것 중 ‘하하와 노홍철’의 ‘유재석의 이야기’는 꽤나 그들에게는 먹먹한 감정을 준 듯했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 속으로 내내 갖고 있던 무거운 중압감과 아득함은 시청자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하와 노홍철이 유재석에게 들은 이야기는 자신을 넘어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라는 이야기가 주 골자였다. 그러나 하하와 홍철은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과 또한 자신의 예능 인생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존재기에 그 말을 쉽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을 것이다.
‘슬슬 준비해야지’란 말을 하는 형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 말은 곧 동생들에게 자신을 떠나가란 말 또는 자신이 떠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을 게다. 형으로서는 자립하는 모습이 보고 싶고, 자신이 보호막이 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클 수 있는 동생이라면 뿌듯할 테니 이 말은 어쩌면 당연한 형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리 그래도 그 바람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하와 홍철은 뜻을 알면서도 재석의 말이 아득하기만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말 하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들이지만, 마치 금세라도 떠나버릴 것 같이 냉정하게 말하는 유재석의 말은 그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 이상의 충격을 줬을 것만 같았다.
유재석이 한 말은 사실 형으로서, 선배로서, 보호자로서 모두 옳은 길로 유도하는 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한 가지도 아니고 딱 반 가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굳이 동생들을 독립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하와 홍철에게 한 말 중 ‘지금 나란 존재가 든든할지 모르지만 내가 있는 것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 펼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는 말은 약간은 틀린 생각일 수도 있다. 무한도전을 떠나서 그들이 개척해 나가야 할 세상은 어차피 그들의 능력에 따라서 갈리게 되어 있다. 꼭 무한도전에서만 놀 인물들이 아니기에 지금도 열심히 또 다른 프로그램이나 영역에서 나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막는다고 막아지면 그만큼 그들이 능력이 부족함이니, 그 결과는 그들의 몫이다. 실패를 해도 말이다. 그것을 어떻게 형이 다 막아주겠는가!
그들이 현재 자신을 바라보며 주변에서 크고 있지만, 유재석이 그들의 짐까지 모두 같이 멜 필요는 없다. 은퇴를 하고 난 이후 그들이 못 살아 간다면 그것도 그들의 삶의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굳이 홀로 설 수 있게 하려 그들을 내치려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그런 말이 그들을 주눅들게 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랑하는 동생을 향한 열렬한 형의 마음인 것을 알지만, 그런 말은 지금으로서는 부담감과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잘못 생각하는 반 가지는 자신이 그들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다.
유재석에게 하하와 홍철이 바라는 것. 그리고 시청자들까지도 바라는 공통점은 그들과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일 뿐이다. 못 커서가 아니라 같이 해서가 좋아서 있는 멤버들이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지, 은퇴를 하거나 자리를 피해 주면서까지 길을 터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 시청자의 마음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