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김영삼의 컬쳐홀릭] 박철민의 아픔은 우리가 늘 겪어야 할 아픔 중에 하나다. 항상 가족 중 누구 한 명 아픈 것이 싫지만, 세상사가 자신의 뜻과는 달리 늘 멈추지 않고 굴러가 미처 손 쓸 수도 없게 만들기도 한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야 늘 같지만, 부모를 향한 자식의 마음은 늘 같기란 어렵다.
그래서 당장 옆에 있는 것에 감사함을 모르고 언젠가는 잘 하겠지! 라며 주문을 걸며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이 바로 자식들의 마음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잘 해야지! 라는 생각은 늘 갖는 생각이지만, 살림이 여유롭지 않는 이라면 공통적으로 성공을 해서 부모를 호강시켜드리기란 어려운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자식은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인생에 해 보고 싶은 것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련. 늘 다른 길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부모는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이라 생각지만, 젊은 패기와 재미를 쫓는 그 마음들은 안정적이지만 답답함을 못 이겨 공무원 같은 류의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앞길에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그 고집만은 누구도 꺾지 못하는 게 이 세상 대부분의 젊은이들 삶이다. 박철민 또한 어린 시절 자신이 닮고 싶어했던 형의 취미에 빠져 연극배우의 꿈을 걷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더더욱 연극과 연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형이 꿈처럼 생각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 한 때문이라도 자신과 형이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려 온갖 고생을 다한 것이 박철민 젊은 날이었다.
형을 떠나 보내기 전 아버지는 광주민주화운동에 휩쓸려 오해를 받아 큰 구타를 당해 충격을 받아 하마터면 큰 일을 당할 뻔 했다고 한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어머니는 아버지 옆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어느 날 뇌경색으로 쓰러지셔 충격의 연속으로 몰아넣게 되었다고 한다.
잠깐의 기적은 있었지만, 모든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박철민의 어머니는 정상적으로 걷기는 하지만 지적 수준이 5세로 돌아가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 현재까지 큰 아픔으로 그에게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연 이은 불행한 가족사. 아픔을 잊기도 전에 찾아오는 충격의 가족사는 박철민에게 많은 아픔을 가져다 준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가정의 불행은 대부분 정신적인 방황을 끝마치고 삶의 중간 중간 끼어드는 것이 보통이라지만, 유독 그에게는 아픔이 한꺼번에 몰아쳐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는 모습은 잔인하기만 하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형을 잃고, 연 이어 잃을 뻔 했던 어머니란 존재는 늘 절절한 아픔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적 수준이 5세로 돌아갔지만, 자신이 그래도 아들이란 것을 아주 찰나의 순간에 기억하는 어머니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어릴 적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던 어머니란 존재는, 기억을 잃은 시간에도 늘 자신을 위하는 마음만 가득해, 행여 추울까 잠자는 자신의 배를 큰 사전으로 덮어주었던 기억은 듣는 이까지 눈물 가득하게 만들었다.
박철민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절절한 아픔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자식으로서 잘 해준 기억도 없는데, 자신을 기억 못하는 어머니를 보는 마음은 항상 찢어지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에게 잘 해주지 못한 죄송함을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려 하는 모습은 따뜻하지만, 그 마음에 눈물이 배어 있는 듯싶어 가슴이 절로 아플 수밖에 없다.
<승승장구>에 출연한 박철민이 안타깝고 슬프게 보이는 것은 남들이 순차적으로 겪을 아픔을 너무 한 번에 몰아 받아서 더 아파 보이게 했다. 적당히 무뎌지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에 그에게 운명은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게 몰아 닥쳐 항상 마음 속 한 구석에 눈물을 고이게 만든 것은 보는 이들까지 같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칼럼니스트 김영삼 susia0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