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투데이=펨께의 영화나들이] <21그램>은 멕시코 영화감독 '이냐리투'의 두 번째 작품이다. 아름답고 보기에 편한 영화보다는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한다는 이냐리투 감독은 21그램에서도 퍼즐 조각을 맞추듯 사랑, 죽음, 복수와 죄로 얽혀진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인생을 그린다.
미국의사 덩컨 맥두걸은 실험을 통해 사람은 사망 후 몇 분 만에 21그램의 몸무게를 잃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을
토대로 인간의 영혼은 21그램이라고 했다. 물론 이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맥두걸 의사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너무 비참하다. 결국, 내 영혼의 가치는 한 개의 초콜릿 무게에도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우리 영혼의 가치를 말하는 21그램은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인 <아모레스 페로스>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다. 병으로 고통받는 남자, 행복한 가정의 아내가 어느 날 남편과 아이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모습, 범죄자고 가난하지만, 아내와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고 종교를 통해 구원받기 원하는 가장의 이야기. 세 명의 주인공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세 사람의 운명은 하나의 자동차 사고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고로 세 명의 주인공들은 감독이 펼쳐놓은 공간에 퍼즐을 완성하듯 하나씩 하나씩 그들의 이야기로 채워간다.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영화이야기는 관객으로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한,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가 분명히 영혼의 가치이건만 감독은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감독의 첫 번째 작품에 감동한 팬으로서 이 점에 대해선 실망감이 크다. 하나 이런 단점에도 21그램이 좋은 평을 받은 것은 세 명의 주인공,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그리고 나오미 왓츠의 풍부한 연기 때문이다. 결국, 세 명의 연기자가 이 영화의 최고 공헌자가 된 셈이다.
미국영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나오미 왓츠
* 칼럼니스트 <펨께 '나의 네델란드 이야기(http://waarhei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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