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음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해진 인디 음악. 인디라는 말이 한국에서 잘못 쓰이고 있기도 하지만, 오직 인디 생활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어느 순간 빛을 내다가 사라지는 일일 스타들이 되는 것은 또 바라지를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상업 레이블에 들어갈 수 없는 소자본의 음악인들이 그저 인디 레이블에서 고생을 하는 것은 음악인들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오버만을 위한 인디도 없고, 인디이기만을 바라는 인디란 사실 없을 것이다. 오버로의 전향을 꿈꾸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이 시간 어느 골목에서 힘겹게 목청을 높이며 외로움의 분을 못 이겨 술 한 잔 기울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중에 우연찮게 만난 인디 밴드 '아일랜드 시티'가 있어서 그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인터뷰를 한 것은 짧지 않은 시간을 흘러 올라간 기억이다. 2010년 겨울쯤이었으니 긴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지상파 활동을 막 시작하며 가지고 나온 타이틀 곡 <다시 돌아갈 수 없어>를 들어본 터라 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이 곡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음악엔지니어인 고현정이 참여를 했고, 마스터링의 완벽함을 위해 세계 최고의 마스터링 스튜디오인 영국 '메트로폴리스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이용했다고 한다.
<서아름, 엄상민, 이지희. 좌에서 우> |
아일랜드 시티는? 1남 3녀의 형제자매 같은 밴드다. 보컬에 이지희를 필두로 기타에 정연수, 베이스에 서아름, 드럼에 엄상민 이 네 명의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은 인디신에서도 유명한 위치를 점하며 활동 중이다. 인디신이라고 한다면 뭔가 나이 든 사람들이 하는 음악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음악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구분을 모르니 이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그들은 말이 신인 그룹 같아 보이지, 오랜 시간을 같은 팀으로 뭉쳐있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스쿨밴드로 뭉친 이지희와 서아름이 대회에 나가게 되고, 수상과는 상관없이 많은 연습을 위해서, 그리고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서 노력을 하며 자연스레 드럼 엄상민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세 명의 여성 멤버는 그 세월만큼이나 끈끈한 애정을 지닌 자매들의 모습을 인터뷰 내내 보여주었다.
그런 세 자매의 끈끈한 자매애에 새로운 가족이 합세한 것은 바로 기타의 정연수가 군대를 제대하면서이고, 음악적인 소울이 통해서 뭉쳐졌다고 한다. 이 세 명의 여성은 아일랜드시티의 음악적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기타리스트를 찾고 있었고, 정연수는 그렇게 인연이 되어 밴드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정연수가 밴드의 리더로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리더 정연수> |
그들을 만난 곳은 홍대 골목길 어느 작은 카페 한 구석이었다. 어쿠스틱 기타가 피아노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그런 분위기 나는 카페. 안에는 만화책과 각종 피규어 등이 즐비해 있었고, 특히나 서태지의 모습과 흔적들이 많이 남겨진 그런 카페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아일랜드 시티'입니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밝은 이들의 인사는 인터뷰 전임에도 반가움이 생기게 된다. ‘아하 그러시군요!’ 같이 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나누게 된다. 마치 오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당시 1집 정규앨범에서 그들은 <다시 돌아갈 수 없어>라는 타이틀 곡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찰나였다. 만나기 전 보았던 방송 무대 SBS인기가요에서 부른 곡 또한 그들의 타이틀 곡인 <다시 돌아갈 수 없어>이기도 했다.
<보컬 이지희> |
방송을 보고 들은 많은 리스너들이 어떻게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나의 귀에는 보컬 이지희의 보이스는 상당히 귀에 익은 목소리임에 분명했다. 보이스를 굳이 누구와 비교하는 게 무의미 할 수도 있지만, 외국 가수로 눈을 돌리면 '엘라니스 모리셋'과 비슷한 음색을 내고 있었던 그녀였고, 국내로 다시 돌아와 살펴보면 '자우림'과 '정경화' 등이 이 밴드의 보컬인 '이지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비슷하다고 하는 것은 쉽게 리스너들이 어떤 음색인 것을 알게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고, 뮤지션 '아일랜드 시티'의 이지희의 입장에서 봐서는 그런 고정적인 비슷함을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게다. 그녀 또한 누구와 비슷하다는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자신을 알게 되고 음악을 알게 되면 그 생각에 멈추지 말고 새로운 음악을 항상 하는 사람 이길 바라고 있었던 당시였다.
‘아일랜드 시티’는 2006년부터 정식 데뷔를 하고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팀이 만들어진 것은 그보다도 한참 전인 2004년 무렵부터였다고 하니 함께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한다. 그들에게 '아일랜드 시티'가 어떤 의미에서 지어졌냐는 물음에 팀의 리더인 정연수가 대표로 말한다. 그 의미는 '도시 안에 섬이 있는데, 그 섬은 세련되고 멋진 존재의 섬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말을 한다.
<기타 서아름> |
이들은 '모던 락'을 하는 밴드로서 기억이 되고 싶어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을 'U2'로 정한 것도 특이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 또한 U2의 음악들과 조금씩은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다. 똑같음이 아닌 U2가 추구하는 새로움을 위한 고뇌와 창작을 이들은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있다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일 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맥없이 노래만을 하는 사람도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저 남의 곡을 받아쓰기만 하는 가수도 아님을 그들은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시티'는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멀티포지션을 소화해 낸다.
<드럼 엄상민> |
앨범 컨셉이 왜 두 개의 컨셉으로 나누어졌냐는 질문에 특별한 뜻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우연하게도 곡을 써 놓고 나누다 보니 두 개의 컨셉으로 자연스레 나뉘어졌다고 한다. 이것도 우연치고는 뭔가 좋은 우연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정규 1집 앨범은 1번 트랙에서 6번 트랙까지 '독립적' 이라는 컨셉과, 7번 트랙에서 11번 트랙까지의 컨셉을 '위로'로 잡았다고 했다.
아일랜드 시티가 활동을 한 것은 사실 공중파 보다는 당연히 무대에서가 더 많았다. 2008년 3월 두 번째 싱글 '칠리소스'를 발표하고, 2010년 초 KBS드라마 '공부의 신' OST에도 참여하며 행보를 넓히더니 공중파인 '라라라'와 '인기가요'에 적극적으로 출연을 하며 팀을 알리기 시작했다.
드럼 포지션의 엄상민 양은 사뭇 밝은 이미지로 적극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뭔가 아쉬움이 있으면 아쉬움을 말하고, 신이 난 이야기가 있으면 신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녀가 마음을 푸근히 해 주기도 했다.
<공들여 싸인하는 모습> |
당시 첫 정규 앨범을 낸 '아일랜드 시티' 전원에게 돌아가면서 특히 아끼는 곡이나 추천해 주고 싶은 트랙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고, 그들은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보컬 이지희는 10번 트랙
그 이유도 다 제각각 이었지만 그 이유 또한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지희는 '낫씽'을 뽑은 이유를 '아일랜드 시티'가 시작하면서 추구했던 음악과 가장 잘 맞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몰입하기 좋은 곡이었고, 이 긴 곡을 공중파에서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라라라'에서 불려졌다.
엄상민과 서아름은 각자 뽑은 추천 노래에 대해서 자식 같은 곡 같아서라며 애정을 보여줬다. 모든 노래가 다 소중하겠지만 앨범에 못 들어갈 뻔한 곡을 무리해서라도 주장을 하여 관철시키며 수록할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보람이었음을 말 해줬다.
요즘 들어서 아이돌만이 있는 음악계라는 것에 이들도 아쉬움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돌도 사랑을 받아야 하지만 좀 더 고른 음악의 발전이 있으려면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에 그들도 의견을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히 그들도 아이돌에 대해서는 안 좋은 감정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좋게 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웃는 모습이 예쁜 아일랜드시티> |
리더인 정연수와 대화를 나누며 느낀 그의 이미지는 본 필자가 바라본 바, 항상 그 무언가 음악 문화가 새로움으로 변해가는 것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U2와 한국 아이돌 중에는 2NE1이 전해주는 색다른 음악적 발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하는 모습은 흥미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그들이 가수로서 이 레이블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기회였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서 무작정 시작하여 녹음을 하기 시작하고부터였는데, 당시 엔지니어가 녹음 스튜디오에 놀러 온 지금의 대표에게 소개를 하면서 이루어진 인연이라고 한다. 당시 엔지니어는 많이 연습을 해야 하는 팀이지만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노래를 들어본 대표가 그들을 택일 하면서 인연은 장기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각자 어떤 뮤지션을 좋아할까? 그것이 궁금해서 물어본 말에 역시나 비슷한 말들로 대답을 해 줬다. 리더인 정연수는 'U2, 핑크플로이드, 밥딜런'을 뽑았고, 이지희는 '마돈나'를 뽑았다. 마돈나를 뽑은 이유는 항상 자신의 음악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엄상민은 '유투, 콜드플레이'등 밴드 드러머를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해줬고, 마지막으로 서아름 또한 'U2'를 뽑길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는 시간에는 막 데뷔를 하는 시기였던 2006년을 꼽았다. 데뷔 때이니만큼 아무것도 모르고 부딪혀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겪는 힘듦을 많았다고 한다. 당시 방송을 위해서 기획된 밴드도 아녔고, 클럽 공연들을 주로 하는 무대만 하다 보니 아무래도 방송은 뭔가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을 한 2006년은 지금에 와서 많은 힘을 주는 발전의 단계로 그들에게는 약이 되었다고 말을 한다.
끝으로 그들이 바라는 작은 소망 하나를 들어보았다. 그 소망은 바로 자신들이 기억될 수 있는 가수들로 남는 것이라고 했다. '아일랜드 시티'라고 하는 가수를 생각할 때 '기다려지는 밴드', '설레이는 밴드' 등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소박한 꿈을 이야기 해 줬다. 그들에게 조금 더 큰 꿈을 이야기 하라고 하자 인기가요 출연과 함께 머지않아 1위를 하는 당찬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자우림과 체리필터, 정경화, 엘라니스 모리셋의 멋진 보이스를 가진 또 하나의 멋진 인디신, 아니 이제 오버그라운드 가수로 성장해 나갈 '아일랜드 시티'가 되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그들을 공연장, 그리고 무대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