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19, <The Ninth Gate>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의 얼굴
[FM투데이=펨께의 영화나들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나인스 게이트는 범죄와 폭력을 내세우지만, 인간의 허무함, 블랙유머가 담긴 네오 누아르 장르의 공포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스페인 소설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 <뒤마클럽>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단테의 <신곡>과 근래 읽었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가 생각난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악마와 고서적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영화와는 다른 형태의 영화를 만든다. 그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람 그리고 인간이 겪는 여러 형태의 삶이다. 이런 인간의 삶을 그리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는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거나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전문적인 고서감정인 딘 코소(조니 뎁)는 부유한 고서적 수집가 보리스 볼칸의 부탁을 받는다. 전 세계에 단 세 권뿐인 “어둠의 왕국과 아홉 개의 문”이란 책의 진본 여부에 대해. 이 책은 루시퍼에 의해 집필된 것으로 악마를 부르는 기도서다. 고서적 애호가 보리스 볼칸의 부탁으로 책을 감정하기 위해 유럽을 여행하는 코소. 그러나 코소는 자신의 여행길이 단순히 책의 진본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희귀본을 소유한 세 명의 등장인물은 끝없는 욕망을 지닌 인간이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지식의 공유 따윈 안중에도 없다. 이런 류의 인간은 오직 자신의 성공, 욕망만 생각할 뿐 타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고서의 수수께끼를 풀려면 세 권이 책이 다 필요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욕망에만 집착한다. 수수께끼가 풀리든 풀리지 않든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따라서 영화는 나만 알면, 나만 가지면 모든 것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알려준다. 또한, 욕망이 지나쳐 그것이 천국이든 악마의 세계든 모든 것을 팽개치고 소유하려는 인간 최대의 적 악마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다.
에필로그
이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혼을 악마에게 판 괴테의 파우스트나 단테의 지옥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결코 지루한 영화가 아니다. 단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를 생각 없이 관람한다면 재미없는 영화가 된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공동제작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조니 뎁, 프랭크 란젤라, 레나 올린
* 칼럼니스트 <펨께 '나의 네델란드 이야기(http://waarheid.tistory.com)'>
* 사진의 저작권은 해당영화사에 있습니다.